인생은 노가다 - 서문인
내 혹독한 노동은 산책처럼 한가하게 흘러가는
계급이 높다는 몇 놈들을 미심쩍게 자꾸만 훔쳐봤다
내 눈치를 죽이는 저들의 엄포와 호령도
웃기는 노동이라고 말 할 수 있으려나
짧은 휴식시간은 담배 한대를 물고
숨통을 고르는 일이 더 바쁘다
질통같은 무게에 몸을 싣고
어울렁 더울렁 기어가는 막일은
비루한 임금에 허기가 졌나
그 시간 한 번 더럽게 안가더라
언제나 가야 서산에 해를 떨굴려나
외면하려 해도 자꾸만 눈짓을 보내는 손목시계
지금 시간 댓자로 누워있는 집이 그립다
안락하게 달콤하게 위험한 상념들은 노동 속에 파묻어 버리니
홀린 듯 멈추는 기계소리에 맥진한 해방이 찾아 온다
불 꺼진 휴게실 문 열고 차가운 물 한잔 마시니
내 생애의 목젖이 뜨겁게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