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 이광
우물
이광
물동이 이고 가는 어머니 뒤를 쫓네
벗겨진 고무신에 끼어든 잔돌 밟고
깨금발 깡충거리던 내 나이 열 살 때쯤
추억이 두레박질 물 긷듯 해보려고
괜한 걸음 아닐까 찾아나선 그 우물…
죄목이 무엇이길래 쇠사슬에 묶여 있나
소달구지 끌던 길은 차가 앗아 가버리고
버꾸기 울던 앞산 아파트가 가로막고
물이끼 시든 우물가 빈 헛간 같은 마음
사람들은 여전히 우물이라 부르는데
식수 불가 낡은 팻말 비문 삼아 세워둔
녹이 슨 양철 지붕 밑 곪악는 물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