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 박금숙
가파른 언덕길에
쓰러질 듯 뿌리내린
나무 한 그루
아픈 기억 하나
차마 떨칠 수 없었던지
툭, 불거져
혹처럼 휘어 굳었다
시선은 언제나
먼 산꼭대기에 걸어둔 채
바람이 이따금씩
목덜미를 흔들어도
묵묵히 우수憂愁에 젖어있다
언제부턴가
오가는 사람들에게
채이기 시작한 둥치
생의 잔해 같은 딱정이가
뚝뚝 떨어져 나가도
아릿, 짓물러야 할
상처조차 무디다
흙 위로 훤히 드러난
헐거운 생 뿌리, 하염없이
함께 뒤엉킬 누군가가 그리워
커다란 바윗돌 하나
힘껏 끌어당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