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을 바꿉니다 - 목필균
이제 간판을 새로 달고 업종을 바꾸려 합니다
아이들과 지지고 볶던 사십 년 동안
간판도 바꾸지 못하고
전생에 다니지 못한 학교까지 다 다녔습니다
출근 시간 바꾸고
널널하게 TV 보고
옷차림 바꾸고
혜화동으로 나들이 갑니다
컴으로 보는 공문
컴으로 올리는 결재
컴으로 보여주는 업무 실적
모두 종료시키고
이화동 벽화마을 방문하고
마로니에 공원 비둘기 만나고
혜화동 비좁은 골목 구불구불 따라가고
드문드문
노숙자의 마음도 헤아려보며
하루하루 다른 시간표로
소속감 없는 간판 화려하게 붙이며
행복한 백수가 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