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나무 - 곽재구
하늘의 나무 - 곽재구
긴 여행 끝에
우리는 한 포구에 닿았습니다
마실 물과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우리들의 낡은 배는
포구의 잔 불빛에도 자꾸만 흔들렸습니다
마을의 불빛과 고깃배들의 불빛이
싸리꽃처럼 곱고 아름다웠으므로
우리는 배고픔도 잊고
그 꽃송이들을 세기 시작했습니다
한 차례 흔들면 우수수 쏟아질 듯
하늘의 나무에 무수한 별들이 매달렸습니다
인간의 한 사랑이
8만 4천 년을 적신다는
그 땅의 이름은 무엇인지요?
얼마나 더 깊은 사랑을 만나야
그리운 그 바닷가에 닿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