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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에서 - 유치환
사쿠야 | L:97/A:61
2,822/6,210
LV310 | Exp.45%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129 | 작성일 2020-08-03 0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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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에서 - 유치환

달아 나오듯 하여

모처럼 타보는 기차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새에 자리 잡고 앉으면

이게 마음 편안함이여

의리니 애정이니

그 습(濕)하고 거미줄 같은 속에 묻히어

나는 이렇게 살아 나왔던가

기름대 저린 ‘유 치환’이

이름마저 헌 벙거지처럼 벗어 팽가치고

나는 어느 항구의 뒷골목으로 가서

고향도 없는 한 인족(人足)이 되자

하여 명절날이나 되거든

인조 조끼나 하나 사 입고

제법 먼 고향을 생각하자

모처럼 만에 타보는 기차

아무도 아는 이 없는 틈에 자리 잡고

홀로 차창에 붙어 앉으면

내만의 생각의 즐거운 외로움에

이 길이 마지막 시베리아로 가는 길이라도

나는 하나도 슬퍼하지 않으리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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