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 곽재구
분수 - 곽재구
당신과 함께 하늘에 오르고 싶어요
그곳은 우리들의 고향
그곳은 우리들의 영원
그곳은 우리들의 빛부리
그곳에서 당신과 어린 시절 그 놀이를
다시 하고 싶어요
그때
어떤 정원의 분수 가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었지요
꽃이 가득 핀 그 정원의 문지기는
우리를 보고도 못 본 체 해주었답니다
색색의 물방울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었지요
당신은 두 손으로 당신 앞 분수들을
가만히 막았답니다
그 순간 내 앞의 분수들이
하늘 높이 치솟았지요
하늘에서 내려온 내가
내 손바닥으로 내 앞의 분수들을 막았을 때
이번에는 당신 앞의 분수들이
하늘 높이 솟았지요
그날 우리는
하늘의 주인에게 약속했었답니다
그 정원 어느 한 귀에
그날의 약속들이 아직도 빛을 뿌리고 있을 것만 같아요
당신과 함께 하늘에 오르고 싶어요
그곳에 눈부시고 찬란한 그날의 맑은 눈빛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