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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번 전화하는 남자
마비노기 | L:21/A:279
619/850
LV42 | Exp.72%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270 | 작성일 2016-02-18 02: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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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번 전화하는 남자

 밤 12시 무렵, 친구 A에게 전화가 왔다.

 
[야, 지금 어디 있냐?]
 
[집인데.]
 
 
 
[미안한데 지금 너네 집에 좀 가야겠다. 미안해.]
 
[응? 괜찮아.]
 
10분 후, A가 왔다.
 
 
 
[미안하다, 야.]
 
[괜찮다고. 뭔일 있냐?]
 
갑작스럽게 찾아온 건 좀 당황스러웠지만, A랑은 오랜 친구 사이다.
 
 
 
이 정도 가지고 체면 차릴 사이도 아니고, 나는 우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마실래?]
 
A는 [고마워.] 라며 받았다.
 
 
 
[이상한 걸 주워버려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A는 가방에서 수건을 꺼냈다.
 
[웅~ 웅~ , 웅~ 웅~]
 
 
 
수건 안에는 뭔가 있는 듯 했다.
 
휴대폰인가?
 
수건을 펼치니, 안에 있는 건 역시 휴대폰이었다.
 
 
 
전화가 와서 진동하고 있었다.
 
[절대로 받으면 안 돼.]
 
[주운 거야, 이거?]
 
 
 
A는 [응.] 이라고 말하고, 휴대폰을 열었다.
 
착신 내역이 200건 넘게 찍혀 있었다.
 
나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또 전화가 걸려온다.
 
[웅~ 웅~ , 웅~ 웅~]
 
[받으면 어떻게 되는데?]
 
 
 
[왠지 좀 위험한 놈인거 같아서.]
 
확실히 그랬다.
 
휴대폰을 꺼내놓고 한동안 지켜보고 있었지만, 끝도 없이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
 
 
 
누가 이렇게 전화를 거는걸까.
 
휴대폰을 잡으려는데, A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지갑에서 종이조각을 꺼냈다.
 
 
 
"080-XXXX-YYYY" 라고 써 있었다.
 
[전부 이 녀석이 건 전화야.]
 
[무섭다... 장난 아닌데? 이거 경찰에 갖다줘.]
 
 
 
[벌써 한밤 중이잖아. 내일 가야지.]
 
그래놓고 둘이서 술이나 퍼마셨다.
 
그 사이에도 휴대폰은 웅웅 울리고 있었다.
 
 
 
A는 [우와, 시끄럽네.] 라고 말하더니 휴대폰을 수건으로 싸서 가방에 던져 넣었다.
 
우리는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늦은 밤까지 TV를 보고 잤다.
 
 
다음날 아침, 경찰에 갔다.
 
 
 
그 무렵쯤 되니 휴대폰도 조용해진 터였다.
 
얼마나 전화가 왔을지 신경쓰여 확인해보니, 7백건이 넘었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이거 주운 물건인데요.]
 
A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 네. 유실물인가요? 잠깐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주웠는지, 어떤 모습으로 놓여있었는지, 언제 주웠는지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경찰 아저씨는 휴대폰을 살펴보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두고, 서류에 무언가를 썼다.
 
메이커나 색깔, 기종 같은 걸 적는거겠지, 아마.
 
그때, [웅~ 웅~] 하고 휴대폰이 울렸다.
 
 
 
힐끗 번호를 봤다.
 
080-XXXX-YYYY.
 
경찰 아저씨는 [오...] 하고 조금 놀란 듯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그러더니 [네, 여기 경찰인데요.], [그러십니까.] [예... 알겠습니다.] 하고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나는 경찰이 의외로 예의 바르고 좋은 사람이라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휴대폰 주인인 것 같습니다. 지금 찾으러 온다네요.]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찰서를 나가려는 나와 A에게, 경찰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혹시 괜찮으면 한시간 후에 와주실래요? 원래 주인이 답례를 하고 싶다던데요.]
 
순간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결국 나는 한시간 후 A와 함께 다시 경찰서에 오기로 했다.
 
 
 
한시간 뒤, 경찰서에 들어서자 웬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20대 후반쯤 되어보였다.
 
[와,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경찰 아저씨와 그 남자, 나와 A는 한동안 [고맙습니다.], [아뇨아뇨.]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는 경찰서에서 나와 우리에게 권했다.
 
[자네들, 배고프지 않나? 뭐라도 좀 먹자구. 좋은 가게가 있어.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추천할만한 가게야.]
 
 
 
나와 A는 남자가 사주는 밥을 얻어먹으러 갔다.
 
미국적인 가게였다.
 
메뉴는 스테이크.
 
 
 
남자는 밝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광고 대리점에서 일하고 있고, 이 가게 점장과도 아는 사이란다.
 
이 가게 점장은 다른 가게도 여럿 가지고 있는데, 그 가게 광고를 자기가 맡았다며 엄청난 기세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메뉴를 선택할 때, 나와 A는 어느 걸 먹을지, 일본식 소스가 좋을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봐, 뭐하는거야, 자네들. 이게 좋아, 이게. 굽는 정도는 어느 정도로 할래? 여기는 레어가 좋다고. 이걸로 해. 이게 커서 먹는 맛이 있다고. 저기, 실례합니다. 주문 좀 하려는데요.]
 
남자는 무척 파워풀했다.
 
 
 
그런 식으로 먹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남자는 묘하게 칭찬에 능숙했다.
 
나와 A에게 몇번이고 [잘하네, 잘하네.] 하고 말했다.
 
 
 
[아, 그래. 자네들 휴대폰 전화번호 좀 알려주지 않겠나? 이걸 기회로 친구 삼아 지내자고.]
 
좋다고 내가 대답하려는 순간, A가 그것을 막았다.
 
[아뇨,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괜찮아요.]
 
 
 
왠지 휴대폰 번호 알려주기를 꺼려하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A는 평소보다 과묵한 듯한 느낌이었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우리는 맞장구만 칠 뿐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지만.
 
 
 
A가 끈질기게 거절하자, 남자는 한순간 울컥 화가 난 듯했지만, 곧바로 웃어보였다.
 
[뭐, 자네들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테니까 신중한 거겠지.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말게. 그럼 슬슬 가볼까.]
 
그리고는 남자는 일어났다.
 
 
 
엥? 잠깐만, 난 아직 다 못 먹었는데?
 
내 고기가...
 
남자는 이미 식사를 마친 듯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남자는 갑자기 허둥대고 있는 듯했다.
 
나와 A는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괜찮아. 맛있었겠지. 이 가게 또 놀러오라고. 그럼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
 
 
 
우리는 그대로 헤어졌다.
 
[야, A. 너 왜 그래? 배라도 아프냐?]
 
[아니, 좀 신경 쓰이는게 있어서.]
 
 
 
[뭔데?]
 
A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마 그 남자는 휴대폰 주인이 아닐거야. 애시당초 그렇게 끈질기게 몇백번을 전화하다니 정상이 아니지. 아마 저 사람,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을거라고.]
 
 
 
A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이랬다.
 
그는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았고, 우리를 이유도 없이 마구 칭찬해댔다.
 
거기에 우리가 먹는 속도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데다 완전히 격식 차리지 않고 우리를 대했던 것이다.
 
 
 
게다가 언뜻 친절해 보였지만,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우리한테 강요한 거나 마찬가지였고.
 
우리가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자 울컥한 모습과, 그 직후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까지 죄다 근거가 된다는 게 A의 말이었다.
 
[스스로 "성격 좋은 호청년"을 연기하는 것 같았어. 답례로 스테이크를 사준다는 그 행동 자체는 친절해 보이지만, 메뉴를 자기 마음대로 정해버렸지. 게다가 우리가 먹는 와중에도 계속 말을 걸어왔고. 마구 칭찬을 해댔지만 그건 우리한테 호감을 사려고 일부러 한 게 아닐까. 게다가 휴대폰 번호를 갑자기 물어오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우리가 다 먹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이야. 애시당초 답례랍시고 우리 의견도 묻지 않고 가게로 끌거온 것부터가 친절을 가장한 자기중심적 행동이야.]
 
 
 
나는 [그럴지도 모르겠네.]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휴대폰 주인, 아마 그 사람한테 스토킹 당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룻밤에 7백번이나 전화가 걸려오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나는 만약 번호를 알려줬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 등골이 오싹했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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