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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피상 1
나가토유키 | L:57/A: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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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87 | 작성일 2020-06-20 23: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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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피상 1

우리 외할머니 댁은 나가노 현의 깊은 산 속

'신슈 신마치' 라는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을까.
그 해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곳은 산과 논밭밖에 없고, 민가도 드문드문 했다.마을 버스도
아침, 저녁으로 두번밖에 다니지 않는 곳이 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아무것도 없는 촌구석에 가지 않았겠지만
그 해엔 나와 친했던 친구가 가족여행을 떠나버려서, 부모님을 따라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백화점에 가자, 가게에 가자, 아무리 졸라대도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가 차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기에
아버지는 '모처럼 조용하게 놀러 온 거잖니.'하며 꿈쩍도 않으셨다.  

 

 


유일하게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것은

이웃 집에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가 놀러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나이때에는 신기하게도 금방 친해지곤 해서 나와 K군 은 함께 놀게 되었다.

 


논다고 해도 그런 촌구석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험놀이, 탐험 정도밖에 없었다.

 


외할머니 댁에서는 1주일 동안 머무를 예정으로 갔었다.
그 곳에 간지 3일째 저녁이었던 것 같다. 


오후 3시가 지나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할 무렵.
여름이라고는 해도 시골에선 해가 빨리 떨어진다.

 


나와 K는 그때까지 들어가 본 적 없는 산에 들어가보았다.

 


처음엔 사람이 다닐 법한 길로 올라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산짐승들이나 다닐 법한 좁은 길에 들어 서 있었다.

 


'어라, 저게 뭐지?'

 

K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비석같은 것이 서 있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도소신같은 느낌에 높이가 50cm정도 였던 것 같다
도소신이란 도로와 행인을 지키는 신이다꽤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듯,
이끼가 끼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나와 K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와 손을 이용해서 이끼와 흙을 걷어내 보았다. 

 

 


도소신 같긴 했지만 조금 느낌이 달랐다.


평범한 도소신은 남녀 2명이 사이좋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조각해 놓은 것인데 


그 비석은 네사람이 선 채로 서로 얽혀 있었고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 었다.  

 

 


나와 K군은 불길해져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주위도 어슴푸레해져서 나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 었다.

내가 K의 손을 잡아 끌어 돌아가려고 하자, K가 비석아 래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된 가로세로 4cm정도의 나무 상자였다.


 반 정도는 땅에 묻혀 있고, 반은 땅위에 드러나 있었다. 

 

 


'뭐지?'  

 

 


나는 영 불길했지만 K는 나무 상자를 파내고 말았다.

부분부분이 썩어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겉에는 헝겊같은 것을 두른 흔적이 있고 먹물같은 것으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불경같은 어려운 한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뭔가가 들어 있어 !'

 


상자가 부서진 부분에서 빼꼼하니 뭔가가 보였다.


K는 그것을 빼내보았다.벨벳같았다.


검고 반질반질한 매듭같은 것으로 묶인 완장처럼 보였다.

 

 


직경은 약 10cm 정도.  

 

 


원형이었고, 5개의 동그란 돌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그 돌에도 어려운 한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땅 속에 파묻혀 있었다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반질반질 광택이 났고 기분 나쁘면서도 몹시 아름다웠다.   

 


'이거 내가 먼저 찾았으니까 내꺼다 !!!'  

 


K는 그렇게 말하고 그 완장을 차 보려고 했다.  

 


'하지마 !'  

 


나는 울며 불며 말렸지만,

 


K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께에 -----------엑'   

 


K가 완장을 찬 순간
이상한 새 울음 소리같기도 하고,
원숭이 울음 소리 같기도한 기묘한 울음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는 이미 어두컴컴했고,
나와 K는 겁이나서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는 완장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 뒹굴뒹굴거리며


아직 잠들지 않고 있어서엄마가


'빨리자!'


하며 혼이 나고 있었을때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이런 한밤 중에 누가 예의도 없이...'

 


 할아버지가 궁시렁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K의 아버지인 모양이었다.
반주로 붉어져 있던 할아버지의 얼굴빛이 갑자기 싸악 창백해졌다.

전화를 끊은 후,

할아버지가 방바닥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나에게 달려 왔다.  


나를 험하게 일으키고는   

 


 '너 !!!! 오늘 어디갔었어 !!!!뒷산에 간거냐? 산에 들어갔어?????'     

 


할아버지가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화내시는 것을


처음 본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가 내는 큰 소리를 듣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온 할머니와 엄마도


내얘기를 듣고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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