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선생님께선 외국인과 결혼하셨는데 어렵사리 아이를 가지신 후, 심한 출산우울증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하셔서 하루 종일 집에만 계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안방 침대에 앉아 화장대 거울을 보시며 울고 계셨답니다. 침대에 곤히 잠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과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보시며,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나.
-평생 이런 몸으로 살아야 하나.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걸.
이런 생각을 계속 하셨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듯 한 느낌을 받으셨고, 뒤를 돌아보자 낯선 할머니가 여닫이 문지방에 계셨습니다. 푸석푸석한 흰머리, 푸르스름한 얼굴……. 할머니는 선생님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할머니는 자신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잠자고 있는 아기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아이를 데려갈 듯 한 두려움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고 얼마 후 눈을 떠보니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상한 점은 침대에 누워있던 아기의 방향이 반대로 바뀌어져 있더랍니다. 그리고 우울증도 깨끗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몇 년 후, 다시 어렵사리 임신이 되신 선생님은 출산 후, 우울증에 다시 걸리셨는데, 어느 날 다시 나타난 할머니를 보고서 우울증이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