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잘 알아보고 살자
내가 어렸을 때 서울 ㅎㄱ동 되게 높은 집에 살았었어. 집이 계단을 올라가야 있는 높은 곳에 있었
거든? 그래서 다른 집들이랑은 좀 떨어져 있고 그랬지.
대문 들어가면 딱 우리집 하나 밖에 없는 단독주택? 같은 집이었는데 대문도 검은색이고 좀 음침
했어. 집 옆에 보일러실이 붙어있는 구조였는데 보일러실은 항상 축축했다. 그래서 항상 닫아놓고
빨래는 마당에 널었었어.
내가 어렸을 때 폐가 많이 안좋아서 집에만 있었어. (폐가 다른 사람보다 1/3밖에 없었다고 했었나
못쓴다고 했었나..) 여튼 맨날 감기걸리고 아프고 기침하고 그랬지.
어느날은 내가 정말로 아파서 큰 대학병원에 갔는데 입원을 하라는거야. 정말 심각하다고... 근데 정말 우연찮게 병실이 없어서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더 심각해지면 무조건 데려오라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왔지.
엄마는 내가 쉴 수 있게 안방에 이불을 깔고 눕혀줬어. 그리고 좀 자고 푹 쉬라면서 내가 자는 걸
보고 나가셨대(난 잠들어서 잘 모르겠어;) 그리고 나서 내가 한참 자다가 잠결에 인기척이 느껴져
서 깼는데 내 발끝 쪽에 나를 마주보고 엄마가 앉아있는거야.
"엄마 거기서 뭐해?"
"일어나"
하더라. 나를 계속 쳐다만 보면서 일어나라고 몇번이고 말하더라. 나는 일어날까 하다가 졸리고 힘
들어서
"엄마 나 더 잘래..."
했어. 그랬더니 "일어나. 가자." 하더라.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정신에 딱 박히
더라. 나는 또 갈까 하다가 너무 졸린거야. 그래서 그냥 다시 눈을 감았어. 그랬더니 또 "가자." 를
하더라. 그러다가 난 그냥 잠을 자버렸지.
그리고 더 자다가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니까 엄마가 TV를 보고 계시더라. 나보고 한시간밖에 안
잤다면서 더 쉬지 그랬냐고 하시는거야. 그래서 내가 "엄마 아까 왜 자꾸 나한테 어디 가자고 했
어?" 물어봤더니 엄마가
"너 재우고 방에 들어간 적 없는데?"
하시더라. 그때는 어려서 아 그렇구나... 그럼 그 엄마는 뭐지? 하고 그냥 넘겼어.
근데 몇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아... 엄마가 아니었구나. 싶더라. 전혀 다르게 생겼더라고. 머리
도 좀 길고 젊은 여자였어... 어렸을 때는 뭣도 모르고 착각했더라구.
그냥 그 여자 따라서 갔으면 혹시라도 내가 죽진 않았을까... 위급한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기
도 하고.... 왜 그렇게 나한테 가자고 졸랐는지 모르겠어.
근데 그 집 이사갈 때 부동산 아줌마가 얘기해준게 있는데 어떻게 우리 가족보고 그 집에서 살았냐
구 (그때 전세로 2년 살았거든?) 하더라. 그래서 엄마가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정말 몰랐냐면서 거
기 보일러실에서 여자가 목 매서 자살했다구... 남편이랑 싸우고 집안사정도 너무 안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