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2 일본 본토 전 (125)
북위 33도 07분, 동경 127도 - 09분
이즈 제도 남동쪽 약 26km
중국 한(漢)급 원자력잠정 S-401
바닥에 엎어졌던 루안틴 중교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빨간 불이 번쩍이는 사령실 내부의 곳곳에서
리벳을 튕겨내고 쏟아져나오는 해수가 있긴 했으나
배가 침몰된 것 같진 않았다.
루안틴 중교는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함장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외쳤다.
"엇, 함장동지!"
루안틴 중교가 간신히 일어서는데
누군가 그를 향해 뛰어왔다.
루안틴 중교는 '됐다.'라는 뜻으로 팔을 휘휘 내저었다.
"부함장! 부함장!
망할, 작전관! 피해상황 보고하라."
루안틴 중교는
부함장인 리우웨이 소교를 찾다
문득 땅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사람을 보곤 작전관을 불렀다.
"우선 함이 침몰한 것 같진 않습니다.
현재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입니다."
작전관이 우물쭈물하며
아주 기초적이고도 상식적인 보고만 하자
루안틴 중교는
다시 팔을 휘휘 내저으며 투덜거렸다.
"우리 잠정이 침몰하지 않았다는건 우리 할아버지도 알 수 있어!
제길...구체적인 피해상황 조사해!"
"알겠습니다, 함장동지!"
루안틴 중교는
여전히 머리가 아픈지
계속 머리를 어루만지며 의자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다른 승조원들도
슬슬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는지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으...하...함장동지..."
"정신차렸나 소교?"
리우웨이 소교는
아직도 정신이 가물가물한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갑자기 크게 말했다.
"마...망할!
이 종간나 새끼들!
당장 반격해야합니다! 이 개새끼들!"
"닥쳐!"
루안틴 중교의 호통에
리우웨이 소교는 깜짝 놀라 다시 찌그러졌다.
루안틴 중교는
그의 호통에 어쩔줄을 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리우웨이 소교를 지나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마이크를 들어올린 뒤 말했다.
"각 부서, 피해 상황 보고하라!"
루안틴 중교의 명령에
가장 먼저 응답한 것은 쇙나반이었다.
"함장동지!
함수쇙나 이상없음, 좌측 측면배열쇙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우측 측면배열쇙나는 효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예인쇙나 작동 불능."
"씨팔...빌어먹을 함수쇙나는 잘도 돌아가는구만..."
함수소나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말에
루안틴 중교가 투덜거렸다.
한급의 큰 골칫덩이 중 하나인
함수소나는 멀쩡히 살아있다니...
없는 것보단 낫지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 함장동지! 기관실입니다!
기관에 대한 물리적인 충격은 없습니다만.......
압력 파이프가 연쇄적으로 터져나갔습니다!
약간의 침수도 있었으나 임시로 막아내었습니다!
"파이프가 깨져?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한거야?"
- 아, 아무래도 잠정의 노후화가...
루안틴 중교는
파이프가 연쇄적으로 터져나갔다는 말에 잔뜩 성질을 내었다.
100% 기관장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화가 계속 났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부함장을 불렀다.
"소교!"
"네, 하...함장님!"
"당장 기관실로 가서 피해복구를 지휘해.
손 좀 봐주라고."
"아, 알겠습니다!"
루안틴 중교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아서인지
함장이 자신을 믿고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리우웨이 소교는 크게 대답하고
반듯하게 경례를 붙였다.
그러나
루안틴 중교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대충 경례를 붙였다.
"함장동지!"
누군가가 루안틴 중교를 부르자
그는 고개를 휙 돌려 부른 사람이 누군지 보았다.
루안틴 중교를 부른 사람은
다름아닌 피해상황을 조사하러갔던 작전관이었다.
"벨러스트의 작동엔 문제없습니다.
함미부분과 사령탑(세일, 함교)쪽에 손상이 가서 소음이 좀 클 것 같습니다.
이것 외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잠망경, 스노켈 마스트 올려!"
"알겠습니다.
잠망경, 스노켈 마스트 올려!"
함장의 명령에
작전관이 복창하면서 버튼을 조작해
잠망경과 스노켈 마스트를 올렸다.
천장에 있던 잠망경이 내려오자
루안틴 중교는 쉰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곤
잠망경을 쳐다보았다.
"스노클링 실시.
압축공기를 충전시킨다."
"알겠습니다.
압축공기 충전 실시!"
루안틴 중교는
한 바퀴 뱅 돌면서 주위를 살폈다.
그는
혹시 같이 있다가
어뢰를 피해 꽁지빠지게 도망가던 404호도 부상해있을까 싶어서
다시
한 바퀴 돌면서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이즈 제도 앞바다의 밝은 수면엔
아무것도 없었다.
"수면 이상 무. 잠망경 내려."
"잠망경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