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스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의 인터뷰
리멘 | L:0/A:0
20/330
LV16 | Exp.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06 | 작성일 2020-08-09 00:10:29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spo}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의 인터뷰

 

악은, 인물들이 속해 있는 ‘세계’ 자체


Q: 성경의 마태복음 6장 13절에서 유래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영화 제목의 의미부터 묻겠다. 주인공 인남이 딸을 악인들로부터 구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대부분이 악인인 극중 인물들의 최후를 가리키는 것인지?


제목에서 ‘악’은 특정 대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레이 같은 인물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속한 ‘세계’ 자체가 악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를 공부하면서 좋아했던 미국, 프랑스, 일본의 느와르 작품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인물들이 속해 있는 비정한 세계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역시도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 안에서 주인공 인남이 선한 의지를 가지고 누군가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고, 거창한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런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나 고민하다가 지금의 제목을 떠올리게 됐다.

 

 

Q: 태국에서 영화 전체의 80% 이상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태국에 얼마나 머물렀나?


영화 전체의 촬영 기간이 넉 달이었는데, 그중 석 달을 태국 촬영에 꼬박 다 썼다.


Q: 현지 스탭들 참여도 많던데, 영화 속 태국의 모습에 이질감을 보이진 않았나?


태국 방콕은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유명하지 않나. 동남아 최대의 대도시로 대형 쇼핑몰 등 화려한 시설들이 즐비하다. 반면 낙후된 빈민가도 존재하는 특수한 지역이다. 화려함과 초라함이 공존하기에 사람들이 더 끌리는 것 같다.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우리가 여행을 가서 보는 낭만적인 방콕이 아닌, 그 이면에 있는 어둠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인남도, 레이도 어둠에서 왔으니 방콕의 범죄세계와 갱스터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범죄 느와르 장르이기 때문에 택한 결정이지, 방콕이란 곳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방콕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아름다운 도시다.

 

Q: 해외 로케이션으로 인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태국이란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들을 고려해 지켜야할 부분은 지키면서 촬영했다. 태국은 왕족사회다. 왕의 권위가 존중되기 때문에 공항 같은 데에 왕의 사진이 걸려 있으면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왕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태국 현지 코디네이션 회사의 자문도 많이 받았다. 영화적으로 표현 가능한 설정이나 묘사 등을 조율하면서 잡아나간 부분이 있다. 예컨대 인남의 아이를 납치한 조직이 영화 속에서는 ‘차오포’로 나오는데, 원래 시나리오 상에는 ‘반타이’라는 명칭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의 이름이고 발음하기도 편해서 붙였는데, 단어에 ‘타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차오포로 바꿨다.

 

 

Q: 인남과 레이가 총격전을 벌인 공간이 무척 인상적이다. 태국에 실제로 있는 곳인가? 아니면 세트인가?


로케이션팀이 찾아낸 곳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세트 촬영이 거의 없다. 대부분 실제 공간에서 찍었다. 방콕 외곽에 있는 마을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과 빈 집들이 뒤섞인 매우 특이한 곳이었다. 남미 같은 분위기의 이국적인 느낌도 들었고. 그 곳을 찾은 덕분에 큰 시름을 덜었다. 총격 씬을 꼭 찍어야 하는데 방콕 시내에선 공포탄을 쏘거나 폭탄을 터트리지 못한다. 방콕 외각의 그 마을을 통째로 빌릴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 


타격감 넘치는 액션의 비밀


Q:  한동안 액션영화들에서 화면을 많이 흔드는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많이 써왔는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핸드핼드이면서도 흔드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 격렬한 격투 장면도 안정적으로 보이는 게 신선했다. 슬로모션까지 구사하면서 액션 장면들을 연출한 의도는?


홍경표 촬영감독님과 출퇴근을 함께 하면서 3개월 동안 프리프로덕션 작업을 진행했다. 그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이 ‘액션’ 부분이다. 액션영화답게 액션을 메인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다른 액션영화들과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기존의 한국영화를 답습하지 말자.” 이것이 나와 촬영감독님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무술감독에게는 두 가지를 원했다. 하나는 액션의 새로운 톤을 찾고 싶었다. 또 하나는 석 달 동안 해외에 나가서 찍어야 하는데, 그 현장에 계속 상주할 사람이어야 했다. 그때 우리 PD가 이건문 무술감독님을 추천해줬다. 현장 경험은 많지만, 무술감독으로서는 우리 영화가 처음이었다. 이건문 무술감독님이 만든 스톱모션 액션 동영상을 보고 믿음이 갔다. 무척 흥미로웠다.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액션 영화이면서 느와르 장르에 속해 있다. 그래서 액션 신들이 리얼한 톤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장된 요소를 최대한 억누르면서 화려함 대신 사실적으로 찍어야 느와르와 잘 어울리니까.


< 본> 시리즈 이후 유행처럼 나온 현란한 핸드헬드 카메라 촬영과 편집으로 리듬감을 주는 연출 대신에, 리얼하게 보이려면 타격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리고 맞는 모습이 정확하게 보였으면 했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액션 동작이 정확하게 보이길 원했다. 거기서 이건문 무술감독님이 제시한 방식이 스톱모션이었다.

 

 

Q: 스톱모션 액션, 어떤 방식으로 촬영이 되는 건가?


우선 배우들이 현장에서 특정 장면을 찍을 때 슬로우로 연기를 한다. 이를 테면 맞는 장면 같은 경우다. 그걸 카메라가 보통의 24프레임이 아닌 60프레임 고속으로 촬영한다. 즉 배우들은 때리고 맞는 타이밍을 슬로우로 연기하고 카메라로 고속 촬영을 한 뒤 후반작업 때 정상적인 프레임으로 변환하면, 배우들의 연기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오게 된다. 보통은 때리는 척, 맞는 척 연기하고 그걸 편집으로 커버하는 식인데, 우리는 슬로우로 연기하긴 했지만 주먹이 얼굴에 맞고 밀리는 등의 모습을 실제로 다 찍었다. 덕분에 카메라를 굳이 흔들 필요 없이 인물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어 촬영할 수 있었다.


배우들도 잘 협조해 줘야 가능할 수 있었던 촬영 방법이다. 정상적으로 연기 하다가 갑자기 동작을 슬로우로 하면 촬영 현장에선 되게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웃음) 우리도 처음 해본 촬영이지만, 배우들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어색해 할 수도 있지만 “한번 해 볼게” 흔쾌히 응해줬고, 촬영한 뒤 현장 편집으로 확인했더니 실제로 타격감이 잘 전달됐다. 거기서 배우들도 감을 잡아 가더라. 때리는 사람과 밀리는 사람끼리의 합도 중요한데 점점 익숙해지더니 나중엔 잘 맞춰 나갔다.


인남은 왜 파나마에 가려고 했을까


Q: 극중 대사를 보면 인남과 레이는 서로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은 두 사람의 과거사가 있다면?

 

레이는 워낙에 잔인하고 극악무도해서 암흑가에서 악명이 높다. 반면 인남은 의문의 킬러로, 어둠 속에서 나타나서 상대에게 가까이 접근해 목을 조르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게 그의 특징이다. 영화에는 빠졌지만 시나리오에는 일본에서 레이가 인남을 추적하는 과정이 더 있었다. 인남에게 ‘시마다’라는 브로커가 있는 것처럼, 레이에게는 ‘센세이’라는 브로커가 있다. 영화에서 잠깐 등장하는 노인이다. 센세이가 고레다가 처리 당한 방식을 보고서 인남의 존재를 눈치 채 레이에게 알려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에선 생략했다.

 

 

Q: 공간으로 봤을 때, 반복적으로 나오는 복도 신이 인상적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인남 동선에서 첫 씬에 의도적으로 복도가 나오는 장면을 넣었다. 긴 복도가 마치 인남의 숙명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또 인남이 방콕에서 처음 레이를 마주하는 곳도 복도다. 긴 복도의 끝에서 나타나는 레이와 인남이 대면하게 된다.


Q: 인남이 군복을 입고 춘성(송영창)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보인다. 둘은 깊은 신뢰 관계였던 것 같은데 그들의 과거도 궁금하다.


영화에서 생략된 뒷이야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영화 <니키타>를 생각하면 된다. 그 영화에서 기관에 있는 사람이 감옥이 있던 여자를 데려와서 인간병기로 훈련시키지 않나. 그러면서 서로 간에 신뢰와 인간적 관계가 생겼던 것과 유사하다. 춘성 역시 국가기관에서 조직을 만들 때 인물이 필요해서 인남을 데려와 함께 일하다 인간적 관계를 쌓은 거다. 그러다 조직이 와해되면서 인남을 제거해야 할 상황이 됐지만, 그를 밖으로 빼냈고 자신은 은둔해 살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Q: 딸을 만나기 전, 삶에 대한 미련조차 없었던 인남이 굳이 파나마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이자카야에서 인남이 파나마를 그린 그림을 보고 그곳에 가려고 결심하지 않나. 미술팀에 의뢰해 디자인 한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낭만적인 열대의 해변 모습이 아니다. 석양을 배경으로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고독한 남자의 뒷모습 같은 걸 그려달라고 했다. 인남은 그런 곳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 엔딩에서 유이와 유민이 해변에서 노는 모습을 담은 원경 샷은, 영화 초반 인남이 보는 사진의 샷과 앵글 사이즈가 동일하다. 마치 인남의 시점처럼.

 

 

Q: 확실히 낭만적인 열대 해변의 사진이었다면, 인물과도 영화의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내 나름대로 그런 톤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액션이 메인인 영화이지만, 액션의 쾌감과 속도감 외에 이면에 담고 싶었던 의미들이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 이면에 그러한 세계가 존재하고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


레이와 인남은 데칼코마니 같은 존재


Q: 레이는 극중에서 왜 인남을 쫓는지에 대해 “이유조차 잊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집요하게 쫓는다. 레이가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


주인공 인남은 원죄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범죄의 세계에서 벗어나려 해도 못 벗어나는 것이고, 레이는 그런 범죄의 세계를 대변하는 인남의 숙명 같은 인물로서 그를 추격하는 것이다. 때문에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추격은 끝나지 않는다.


레이가 형의 죽음 때문에 추격을 시작하는 것처럼 보지만, 사실은 형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를 죽이고 싶을 뿐이다. 처음에는 쉽게 죽일 거라 예상했지만 자꾸 놓치다 보니 결국에는 명분마저 사라지고 죽이려는 의지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폭주하는 레이라는 인물에 대해 최소한의 언급은 필요하기 때문에 태국 갱스터 조직 두목과의 대화 장면에서 “이유가 기억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는 대사를 넣었다. 정리하면 레이는 인남의 데칼코마니, 숙명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된다.

 

 

Q: 그랬던 레이가 결국에 인남을 잡지만, 인남의 자폭으로 죽게 되는데 그때 짓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 순간 레이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좋은 질문이다. 그 장면에서 이정재 선배의 표정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렇게까지 추격하면서 레이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의식했다고 생각한다. 레이가 마지막에 인남에게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너도 알고 있었잖아”라고 했던 대사는 인남이 자기한테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었다는 걸 가리킨다. 인남도 그걸 예상하고 유이한테 아이만이라도 파나마에 데려가 달라고 미리 준비해둔 거다.


한편 인남도 레이에게 “계속 쫓아오면 나한테 죽는다”고 말한다. 그 대사에는 인남이 ‘자기가 죽더라도 레이와 함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때문에 레이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예감을 했을 거라고 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정재 선배가 혼란스러워 할까봐 그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의 장면을 찍을 때 선배님이 인남을 바라보는 표정에, 내가 생각은 했지만 말은 꺼내지 않았던 그런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느꼈다. 인남이 수류탄을 떨어트렸을 때 레이는 욕을 할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었지만, 정재 선배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여러 감정들을 담아서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


흰색 롱코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킬러


Q: 고레다의 장례식에 레이가 첫 등장하는 장면이 강렬하다. 흰색 롱코트를 입고 있는데 그렇게 눈에 띄는 의상을 입힌 이유는?


인남은 어둠 속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레이는 그를 소개하는 시마다의 내레이션과 함께 장례식장에서 첫 등장하는 것으로 시나리오 때부터 구상해 왔다.


실제 야쿠자들의 장례식장에 관한 사진 자료들을 찾아보니, 참석자들이 다들 시커먼 명품 정장을 입는 게 관례더라. 그런 자리에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면? 튀는 의상을 통해 레이의 성격이 드러난다.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다. 난 야쿠자도 아니고, 너희들의 룰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의상을 설정할 때 이정재 선배가 본인 의상에 대해 여러 제안들을 했다. 나는 “레이가 모호한 캐릭터이고 살인의 동기가 중요한 인물도 아니며, 편집증이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니 그 점을 부각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레이는 형의 죽음 때문에 행동에 나서긴 하지만 형제간의 우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사냥감이 생겨서 달려가는 인물이니, 캐릭터를 해석하고 의상을 잡아달라고 정재 선배에게 요청했다. 정재 선배가 의상 제안을 하면 나와 촬영감독님이 영상의 톤에 맞는 색상인지 확인을 했는데, 하루는 흰 코트를 입고 싶다고 하더라. 첫 등장신인 장례식장에서 그런 차림이면 임팩트가 있겠다 싶어 결정했다.

 

 

Q: 흰 코트 차림으로 장례식장에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레이의 캐릭터가 설명이 된다. 룰을 따라야 하는 조직 세계에서 그런 차림으로 나온다는 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짐작케 한다. 자유분방하며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폭주할 사람이라는 걸 뜻하니까.


느와르 장르를 즐겨 본 분들은 캐릭터의 비주얼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레이를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 한편에선 “레이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짚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들었다. 하지만 김종철 편집장이 느낀 것이 나의 의도였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Q: 나는 <존 윅> 시리즈처럼 쿨한 영화로 받아 들였다. 


각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영화는 너무 설명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사(前史) 장면도 많고 플래시백이나 대사들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많이 잡아먹고 긴장감을 끊어먹는다고 생각한다. 인남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전사를 보여줬지만,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하고자 했다.


Q: 레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번 들고 등장을 한다. 그것도 그 인물의 컨셉인가?


그것도 눈치 챘나. (웃음) 레이가 처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왔던 장면은 그가 시마다를 처리할 때다. 보통 취조하거나 고문할 때 부두나 창고 등 어두컴컴한 장소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영화에선 일상적인 분위기의 밝은 사무실이 딱 맞겠다 싶었다. 거기서 사람을 잡아다 매달면 레이의 캐릭터가 확 부각될 것 같았다. 의상도 누군가를 죽인다는 각오로 비장한 듯이 입지 않고, 평범하게 사무실 출근하듯이 백팩을 메고 스윽 들어오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이정재 선배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하나 들고 와야겠다고 하시더라. 그 뒤로 방콕의 무기상 장면에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타나게 되었다. 이정재 선배가 레이의 의상뿐 아니라 소품, 분장까지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었다.


Q: 레이가 백팩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들고 유유히 들어오는데, “저 새끼 정말 미친놈이구나” 생각했다. (웃음)


캐주얼한 백팩 안에서 레이가 칼집을 꺼낸다. 보통 그런 살인도구는 전용 케이스에 넣고 다니지 않나. (웃음) 그런 설정이 재밌을 것 같았다.

 

 

무기에도 캐릭터의 성격이 담겼다


Q: 인남과 레이가 각각 선택하는 무기가 흥미롭다. 인남은 권총을 주로 사용해서 목표만 처리하고 불필요한 살인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반면 레이는 칼 뿐 아니라 수류탄, 기관총 등 다양한 무기를 무차별하게 사용한다. 누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무자비한 태도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이런 무기 선택은 두 캐릭터의 성격을 담았다고 볼 수 있을까? 


인남은 자신의 목적만 조용히 이루려 하고, 레이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둘 다 브로커에게서 일을 받고, 주로 혼자 처리하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레이는 필요하다면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극중에서 태국 마피아를 찾아가는 것처럼.


초반에 인남은 목을 조르며 등장하고, 레이는 칼을 다루며 등장하는 부분도 둘의 캐릭터와 연관이 있다. 청부업자들은 고수일수록 대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처리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둘 다 올가미나 칼을 가지고 근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이와 관련해서 시나리오에는 있었지만 영화에선 빠진 부분이 있다. 레이는 칼을 뒤춤에 차고 다니는데, 날이 길지 않아 잘 보이지 않는다. 언제든 상대의 목을 노릴 수 있도록 한 설정이다. 인남은 앞서 말했듯이 뒤에서 목을 조르는 방식을 선호한다. 암살했을 때 목을 매달고 자살한 방식으로 위장하기 위해 기관에서 훈련받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Q: 최희서 배우가 연기한 영주란 인물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감정 표현을 잘 소화했다. 특히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모습은 강렬했다. 


최희서 배우는 무척 훌륭한 연기자다. 그가 연기한 영주는 영화 초반에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유일한 여성인데, 느와르 장르 영화에선 자칫하면 여성 캐릭터가 도구적으로 쓰이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역시 남성 중심의 서사이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최희서 배우와 첫 미팅을 할 때 내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도 그 부분이다. 최희서 배우가 가진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자칫 소모적으로 등장했다가 빠질 수 있는 영주 캐릭터의 약점을 만회해줄 수 있길 바랐다. 자신만의 분위기와 아우라가 있는 배우여서 영주 캐릭터를 잘 잡아주었고, 인남의 전사와 관련된 극의 초반 무게중심도 잡아주었다.


Q: 유민이를 연기한 박소이 배우의 연기가 놀라웠다. 어린 나이에도 납치되는 순간 차안에서의 불안한 표정과 시선, 감금된 후 보여주는 무표정한 얼굴에서 아이가 겪었을 법한 현실적인 공포와 불안을 잘 전달해 주었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납치 후의 감정 연기는 어떻게 소화했는지 궁금하다.


소이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는데, 보자마자 바로 이 친구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눈에 띄는 아역 배우였다. 유민이 납치되는 순간의 표정 연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불안함과 천진함, 두려움과 아이 같은 순수함이 찰나의 순간에 유민의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처음 소이를 만났을 때는 너무 작고 어려 보여서, 이 친구를 데리고 태국에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소이는 여느 연기자 못지않은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납치 이후의 표정 연기는 촬영 전날, 내가 어머님이 있는 자리에서 소이에게 간략하게 상황에 대해 전달하고, 어머님이 소이에게 따로 보충 설명을 해 주는 식이었다. (소이 어머님은 현장에 늘 함께 계셨다) 현장에서 소이가 촬영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나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영화 속에서 필요로 했던 유민의 표정과 감정들을 완벽하게 전달해 줬다고 본다.


아역 배우들에겐 울거나 웃거나, 애교를 부리는 등의 일차적인 연기 이상의 주문을 하는 게 힘들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 외에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지 못하니까. 소이는 그런 면에 있어서 타고난 재능이 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인물 유이


Q: 유이 역의 박정민 배우가 캐릭터 연기를 위해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유이의 첫 등장에서 몰라봤다는 관객도 꽤 있다. 옆에서 지켜본 감독의 입장에서 그가 캐릭터를 다듬어갔던 과정을 들려 달라.


익무 GV 때 박정민 배우가 직접 밝혔듯이, 극 중 첫 등장 씬이 박정민 배우의 첫 촬영이었다. 본인도 상당히 긴장했다는데, 나도 박정민 배우가 그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만큼 유이라는 캐릭터는 배우가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자칫하면 무리한 시도가 될 수도 있으니까.


태국에 가기 전 박정민 배우와 여러 번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자신들이 아는 주변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유이의 캐릭터를 다듬어가는 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박정민 배우가 그런 젠더 성향을 가진 이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첫 촬영부터 그가 유이 역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해 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한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푸는 모습 같다고 할까? 박정민 배우가 현장에 나타나면 모두가 좋아했다. 일단 의상부터 눈을 사로잡으니까. (웃음)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박정민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든 연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감독들이 좋아 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
 
Q: 유이가 인남에게 자기 아기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유이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훗날 자신의 아이도 파나마로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았을까? 


유이가 한국에서 살았을 때의 과거는, 박정민 배우에게도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대사 외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어떠한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고 특정해 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진 얕은 정보만으로 어떠한 틀을 만들어 가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내 머리 속에서 구상했던 유이는 한국에서 자신의 성향을 숨기고 이성을 만나 결혼 내지 그와 유사한 형태의 경험을 한 인물이다. 끝내는 사회에서 원하는 가족의 형태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인물. 딱 거기까지였다.


유이가 한국에 두고 온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였다. 자신을 위해서 아이 하나만을 데리고 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시기가 되면 유이가 유민을 데리고 파나마에 왔듯이, 자신의 아이를 보러 한국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개봉 첫 주 분위기가 좋다. 개인적으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올해의 익스트림무비”로 뽑았다. 극장에서 몇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좋아해주니 감사한데, 부담스럽게 뭘 그렇게까지... (웃음)

 

출처: https://extmovie.com/movietalk/58279972

 

영화 설정이나 연출, 액션에 대해 다룬 인터뷰니 영화의 세부사항들에 대해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삼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0 | 댓글 1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1874 잡담  
오늘 볼 영화는 마약왕 [1]
루이단트
2019-01-29 0-0 68
1873 잡담  
마약왕 본후기 [2]
루이단트
2019-01-30 0-0 111
1872 잡담  
올레티비 무료추천영화 볼만한거있니
루이단트
2019-01-30 0-0 67
1871 잡담  
나름 애니메이션 영화로 나왔어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리구틴
2019-06-14 0-0 182
1870 이벤트  
골든글로브이벤트)참여합니다 [1]
리라랑
2020-01-05 0-0 95
1869 잡담  
디즈니 뮬란 실사영화 개봉 포기
리멘
2020-08-05 0-0 51
1868 잡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간략후기
리멘
2020-08-06 0-0 53
1867 잡담  
넷플릭스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예고편
리멘
2020-08-07 0-0 71
1866 잡담  
20세기 스튜디오에서 K팝 소재 영화를 제작한다
리멘
2020-08-07 0-0 29
1865 잡담  
존 윅 5 제작 발표
리멘
2020-08-07 0-0 44
잡담  
스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의 인터뷰
리멘
2020-08-09 0-0 106
1863 잡담  
메가박스 코엑스점 돌비시네마 후기
리멘
2020-08-09 0-0 65
1862 잡담  
월드타워 롯대시네마에 알바로 등장한 정우성
리멘
2020-08-10 0-0 100
1861 잡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영화를 연출한다
리멘
2020-08-26 0-0 21
1860 잡담  
뉴 뮤턴트 첫 로튼평 3개 [1]
리멘
2020-08-27 0-0 41
1859 잡담  
뮬란 개봉 연기
리멘
2020-08-27 0-0 28
1858 잡담  
좀 늦었지만 더 배트맨 트레일러 [2]
리멘
2020-08-27 0-0 92
1857 잡담  
영화 듄 예고편 공개일자
리멘
2020-08-28 0-0 32
1856 잡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내년으로 개봉 연기 [2]
리멘
2020-08-28 0-0 41
1855 잡담  
영화 승리호 개봉 연기
리멘
2020-08-28 0-0 23
1854 잡담  
스포 테넷, 인물별 사건 흐름도 정리
리멘
2020-08-28 0-0 59
1853 잡담  
영화 듄 스틸컷
리멘
2020-08-29 0-0 25
1852 잡담  
채드윅 보스만 별세 [2]
리멘
2020-08-29 0-0 36
1851 잡담  
내년 오스카에서 접수할 가능성이 높은 넷플릭스 영화들
리멘
2020-08-29 0-0 32
1850 잡담  
2년 전 채드윅 보스먼이 흘린 눈물
리멘
2020-08-29 0-0 23
      
<<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