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파동이 중단되면서, 카터는 황량한 냉기와 섬뜩한 침묵 속에 남겨졌다. 사방으로 무한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카터는 그 존재가 여전히 함께 있음을 알았다. 잠시후 그는 정신의 언어를 생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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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에게 새로운 전망을 열어주고 우주에 관한 전대미문의 이해력을 선사할 지식과 설명이 '무한한 정신'으로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3차원의 세계가 얼마나 유치하고 편협한 개념이며, 상하좌우, 전후 외에도 무한한 방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카터는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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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의 대부분이 저절로 카터에게 번역되는 동안, 해석을 돕는 또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혹은 눈으로, 혹은 상상으로 카터는 인간의 눈과 머리를 초월한 차원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는 권능의 소용돌이에서 무한한 공간으로 바뀌는 그림자를 통해 감각을 어지럽히는 창조의 번뜩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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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터 자신이 생각할수 있는 모든 분신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때 파동이 강렬해지면서 카터의 이해를 도왔으며, 현재의 분신은 일부일뿐 실제로는 여러 형태가 혼합된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파동에 다르면, 여러 공간마다 따로 존재하는 카터의 분신들은 그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생긴 결과에 지나지 않다고 했다.
그것은 입방체에서 잘라낸 정방형 혹은 구체에서 잘라낸 원과 같다고 했다. 그러므로 3차원이 입방체와 구체는 인간이 오직 추측과 꿈을 통해서만 알고 있는 4차원의 그것들에서 잘린 결과였다. 그리고 4차원의 그것들은 5차원의 형태에서 잘린 것이며, 이런 식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차원까지 이어진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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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은 계속해서, 시간은 정지해 있으며, 시작도 끝도 없다고 했다. 흐르는 시간이 변화의 원인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 했다. 실제로 시간 자체가 환영에 불과하며, 제한된 차원에서 사는 존재들의 협소한 시각이 아니라면 시간에는 과거,현재,미래가 존재하지 않았다. 변화 때문에 시간을 떠올리는 인간의 개념 역시 환영에 불과했다. 과거에 있고 현재에 있고 앞으로에 있을 것들은 모두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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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침묵 뒤에 파동은 계속해서 제한된 차원에서 사는 존재들이 변화라고 칭하는것은 정신의 기능에 불과하며 그것은 외부 세계를 다양한 우주의 차원과 다르게 보는 시각이라 말했다. 망토 쓴 형체들이 다양한 각에서 잘린 원뿔형이듯이(원,타원,포물선 혹은 쌍곡선은 그 각에 따라 결정되지만 원뿔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으며) 영원불변의 현실이라는 견해는 그에 상응하는 우주의 각과 함께 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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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이 전하기를, 제한된 차원에서 사는 존재의 가계와 개개인의 성장은 차원 외부 공간에 있는 하나의 근원적이고 영원한 존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아들,아버지,할아버지 같은 개인과 영아,유아,소년,성인 같은 성장 단계는 근원적이고 영원한 하나의 존재가 끝없이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은 근원적인 존재를 분리한 의식의 단면에서 일어나는 변이였다. 모든 시대에 존재하는 랜돌프 카터, 즉 랜돌프 카터와 그 조상, 인류 이전의 인간, 지구와 지구 생성 이전의 존재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시공을 초월한 하나의 절대적이고 영원한 '카터'의 일면에 불과했다.
● 크툴루 세계관의 물질계는 기하학적 구조의 무한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차원이 고차원의 단면이란 특성까지 묘사했으니 깔 부분이 없는것같네요
'나는 영원히 그것들을 기억하리라. 빛나는 회전체로 가득한 기묘한 밤하늘의 일부를 순간적으로 본것 같았다. 밤하늘이 사라지자, 이글거리는 태양들이 천체 혹은 일정한 형태의 은하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형태는 크로포드 틸링해스트의 일그러진 얼굴이 되었다. 또 한번 거대한 생물체가 나를 스쳐갔고, 이따금씩 내 육체라고 생각되는 단단한 부위를 걷거나 떠다니며 꿰뚫고 지나갔다.'
-저 너머에서-
'인간만이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지구의 마지막 영장이라거나 두 발로 걷는 생물체라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다. 올드원들은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그 공간이 아니라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그들은 고요하고 장구한 걸음으로 차원을 초월해 걷고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더니치 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