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게 문학] 아머드 ㅡ 4편
아수라장 그 자체, 사방을 둘러봐도 불타며 무너지는 건물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귀를 기울여도 들리는 것은 비명소리 뿐이다.
'미친 사이보그'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괴인의 발생도 뜸하고 프로 히어로란 개념도 없을 당시, 인류 역사상 첫 등장한 '재해레벨 용'이다.
그는 갑작스레 나타나서 닥치는대로 건물을 부수며, 사람을 죽이는 중이었다. 사이보그인 이상 인류 사회에 섞여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정체를 감추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접근한 이상 살아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친 사이보그가 날뛰기 시작한지는 이미 몇 시간이나 지났고, 군대의 대응도 유래없이 신속해 사방에서 탱크나 전투기 등이 몰려들었으나 전혀 쓸모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피해가 커지는 사이, 참사의 현장을 구경하러 일부러 몰려든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움직임이 아예 보이질 않아. 단순히 거리가 멀기 때문은 아니겠지."
"이 거리에선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대략적인 실루엣은 보인다. 그럼에도 이동하는 과정을 눈으로도 쫓을 수가 없군."
'질풍의 윈드'와 '업화의 플레임', 미친 사이보그가 일으키는 파괴는 좀처럼 속세에 나오지 않는 그들마저 불러모을 정도였다.
"속도만 빠른 것도 이니야. 저런 괴물은 닌자마을에서도 본적이 없다. 괜히 접근했다간 죽는다."
"그래... 뭔지 궁금해서 와봤는데 역시 관두는게 좋겠어. 그냥 돌아가자, 플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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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도 안 오는거냐?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데. 그게 아니면 실력자가 단 하나도 없는건가?'
요로이는 불타버린 폐허 더미에 기댄 채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근처에 보이는 것은 전부 파괴했는데도 그 누구도 막으러 오는 사람이 없다. 물론 군인들은 셀 수도 없이 죽어나갔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군인이 아니었다. 괴인이 있으면 히어로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군대를 우습게 여길만한 힘을 지닌 개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명한 무술가 '뱅'이나 뒷세계에서 유명한 살인기계 공장 '닌자 마을', 기적의 초능력자 '타츠마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로이 본인의 존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럿 있을텐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인류가 이런 종류의 재앙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면 혹시 내가 마음이 약해져 숲만 가득하고 인구가 적은 곳을 고른게 문제였나.'
인류의 전력을 파악하려는 요로이의 계획은 보기좋게 실패했다. 애꿎은 군대와 시민들만 학살해서 앞으로 크고 작은 혼란이 생길 것이고,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시간은 많다. 나중에 다시 하면 돼...'
요로이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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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크세노 박사는 잿더미가 된 건물들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다른 도시에 갈 일이 생겨서 망정이지 어제 집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그 역시 폐허 아래에 묻혀 있었을 것이다.
'이젠 내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망연자실한 크세노는 폐허 사이를 힘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다. 그때 어디선가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살려...줘..."
"...!!"
모기 날개짓만한 소리였지만, 분명히 들었다. 크세노는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달려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자세히 보니 한 소년이 건물 잔해 아래에 깔려있었다. 이미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아직 의식은 남아 있었다.
"이건 기적이다... 내가 너를 살려주마."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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