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 이성부
누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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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한 덩이가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엄동설한 칼별은 알고 있나니.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
속 깊이 쌓이는 기다림 삭고 삭아 부서지는 일 보았느냐.
지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우리 고향 좋은 물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 마음을 알겠느냐.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 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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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감춰 둔 누룩 뜨나니 냄새 퍼지나니.
-<창작과 비평>(19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