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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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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2 | 작성일 2018-10-20 20: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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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판매

그때가 제가 중학생때였을까요.

당시는 동네도 인심 좋고 서로서로 얼굴도 알고 지내고 두런두런 잘 살았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여름이면 집집마다 창문이면 창문, 대문이면 대문 활짝활짝 열어 놓고 세상 위험 없다는 듯이 모두가 그랬었죠.

 

하루는 몸이 안좋아 학교에 갔다가 금방 조퇴를 하고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더운 여름날 어머니는 문이란 문은 활짝 열어 놓고 거실에 앉아서 소일거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일찍 돌아온 제 얼굴이 창백한 걸 보고는 체한거 같다면서 약이랑 이것저것 챙겨 주시고는 제가 눕는걸 보고 다시 거실로 가셨습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한 매미소리는 정말 미친듯이 머리를 때리고 사방팔방 창문을 다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더위는 가시질 않았죠.

약기운일까요. 이리저리 몸뚱이를 뒹굴다가 잠이 들었던거 같습니다.

 

얼마를 잤는지 모르지만 어른 둘이 얘기하는 소리에 살며시 잠이 깼습니다.

하나는 어머니 목소리고 다른 하나는 약간 어눌한 남자 목소리였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방문 판매자인 것 같았습니다.

뭐 또 쓸때 없는 물건들을 몇개 가져와 대충 팔아넘길려는 느낌이였죠.

 

'아이 그냥 돌려보내지, 시끄럽게.'

 

속으로 괜시리 욕을하곤 아픈 머리를 붙잡고 다시 잠을 청하려 노력해보는 찰나.

 

"괜찮아요. 지금은 필요 없는거 같네요"

"아이 그러지 말고 한번 더 봐보세요."

"글쎄. 봤는데 애도 다 크고 나머지 물건도 다른게 다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 이건 좀 달라. 새로나온거라 괜찮다니까."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방문 판매자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어투도 강해지는게 뭔가 아닌듯 해 방문을 열고 빼꼼이 쳐다봤습니다.

 

이 당시 살던 집은 작은 주택 2층에 짧은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들어 갈 수 있는 형태의 집이였습니다.

이미 그 방문판매자 아저씨는 집안에 들어와 거실에 걸터앉아서 물건을 있는데로 다 펼쳐논 상태였죠.

어머니는 펼쳐논 물건을 자꾸 정리해서 넘기면 다시 받아서 펼치고하는 실랑이가 계속 되었습니다.

 

"이거 내가 좀더 깍아 드릴테니 좀 사봐"

"괜찮습니다. 아저씨 저희 다 가지고 있는거에요."

"내가 이것만 사면 다른거 하나 더 얹어줄테니"

 

아니다 싶었죠.

슬슬 말투도 그렇고 제일 문제는 아저씨 몸이 슬슬 집안으로 들어오려는 느낌이였습니다.

점점 엉덩이를 끌면서 안쪽으로 향하는 듯 하더니 이미 신발을 신은 발을 제외하고는 몸 전체가 거실에 들어와있었죠.

 

 

이제는 어머니도 몸을 뒤로 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방문판매자는 신발까지 슬슬 벗고 있었죠.

안되겠다 싶어서 빠르게 일어나 일부러 문을 세게 열고는 나갔습니다.

 

"아 뭐야 몬일인데!"

 

그 순간 어머니는 바로 일어나서 물건을 방문 판매자 앞으로 쭉 밀어버렸고 소리치면서 제 쪽으로 왔습니다.

 

"안산다니까요!"

 

방문판매자는 저와 어머니를 한번씩 번갈아 쳐다보더니 바로 물건을 주섬주섬 챙겨서 나가버렸습니다.

방문판매자가 나가자마자 어머니는 문을 닫고 잠가 버렸고, 저에게는 웃으면서 들어가 자라고 했지만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죠.

 

그때 이후로 저희집 문은 아버지가 함께 계실 때를 제외하곤 항상 닫혀있었습니다.

 

만약에 내가 그 때 조퇴를 하지 않았었다면..

잠에 들어 일어나지 못했다면..

더 어렸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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