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에서
꽤나 오래 전 일이라 이즈인지 아타미인지 하코네인지 잊어버렸습니다만
아무튼 어느 여관에 묵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안내된 방은 1층 구석쪽의 방이었는데
복도 끝에 위치한 방이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묵었습니다.
한밤중이 되었는데도 묘하게 소란스럽길래 눈을 뜨니
바로 옆 방에서 벽으로 물건을 던지고 크게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서 따지려고 했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하도 시끄러워서 벽을 두드렸지만 아무 효과가 없길래
직접가서 한소리 해주려고 일단 뜰로 나왔다가 저쪽 복도에 들어가려고 생각했습니다.
(옆방이긴 했지만 구조상 복도로 나가서 바로 옆방으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저쪽 복도로 들어가서 그 방의 문을 힘껏 열어 젖혔는데…
방안은 아주 조용해져서 사람이 있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형광등의 스위치 눌러 보니 방에 전기는 들어오길래
주위를 둘러 보는데 이불장이 희미하게 움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열면 안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과감하게 열어 버렸습니다.
안에는 이불이 들어가 있었는데 문득 눈 앞에
새하얀 손
이 이불 사이에서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순간 굳어져 버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점점 머리가 나오고 길다란 머리카락이 나왔는데
손가락은 위를 향하고 있었고 머리도 위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목이 반전
했습니다.
눈과 입주변은 피로 새빨갰습니다.
그 순간 의식이 없어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이었는데 무섭고 당황해서 뜰로 도망쳐 나와서
프론트에 달려가 종업원에게 이야기하니
「이상한데요. 그 방에는 손님을 받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해 함께 보러 갔더니
방 입구에는 쇠사슬이 둘러져 있고 작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습니다.
나중에 마누라에 이야기를 들으니,
흔히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옛날 그 방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부인을 신랑이 낫으로 죽이고는
시체를 이불장 안에
숨기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거니와
어떻게 그 방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떠올릴 때마다 식은 땀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