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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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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69 | 작성일 2020-04-08 0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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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의 소년

한창, 비오는 목요일에 흰옷을 입은 여자를 죽이는 이른바 [살인의 추억]이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던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학원 수업이 끝나면 밤 열시가 휠씬 넘어버리는 시각이라, 집에 올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와야 했습니다.

특히 저희 집으로 가는 길이, 하필이면 어두운 골목길이어서 분위기도 무서운 데다가, 살인사건의 영향인지 평소에는 골목에 나와 운동하는 아주머니들도 나오시지 않아 골목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날도 역시 문제의 목요일이었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목요일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던 저는 골목길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 보려고 집으로 뛰었습니다.

집 쪽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 ㄱ자로 꺾어져 들어가는 골목길. 저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만.

그 곳에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얼핏 보기엔 중고등학생으로 보였는데.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앳되보였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키가 앳된 분위기에 맞지않게 컷기 때문에 나이를 어림잡아 생각해보자면, 고등학생 정도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저는 ㄱ자에서 ㅣ 이쪽에 서있었고, 그 남학생은 ㄱ자에서 꺽어지는 부분에 서있었습니다]

골목길의 그 누군가를 보자마자, 전 너무 무서워서 걸음을 딱 멈췄는데, 그 남학생이 절 힐끔 쳐다보더니만 다시 앞을 주시했습니다. 앞에 누군가가 있는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원의 나무에 가려져서 그 남학생의 앞 쪽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뭐 친구와 놀다가 헤어지면서 대화를 나누는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뭐, 괜한것에 놀랐잖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만, 아직도 기억 납니다. 그 남학생의 옆을 지나가는 저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던 그 남학생의 눈길 말입니다. 그런데 그 남학생을 지나 얼마 안있어, 문득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남학생과 대화하던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갈 곳은 이쪽 공원으로 나있는 길 밖에 없는데 공원쪽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간, 등뒤가 싸늘해지는걸 느낀 제가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본 순간, 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집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분명히, 그 남학생이 돌아서서 집으로 갔다면, 제 뒤 쪽에 있는 길 말고는 갈 길이 없었기에, 아직 걷고 있는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 ㄱ자로 꺽여진 골목길엔 저 밖에 없었습니다.

[추신]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니가 너무 늦게 돌아봐서 이미 가고 없던거 아냐?] 라고 했지만, 제가 뒤를 돌아보기까지 불과 몇초라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긴 골목길을 통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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