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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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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82 | 작성일 2020-06-27 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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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 충북 예산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내려갔었는데, 밤 아홉시가 넘어서였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들께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마침 간장이 없는 바람에 어머니께서 간장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할아버지

댁은 집과 집사이가 띄엄띄엄 있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슈퍼까지 걸어가는 데 20분이나 걸리는 곳이었습니다.

전 [엄마, 슈퍼까지 가려면 40분이나 걸린단 말이야~] 하며 짜증을 냈지만, 그때 담배를 처음 피기 시작한 터라, 담배를 피울 생각으로 심부름을 갔다오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 댁에서 나와 제방 둑을 거쳐 오래된 다리를 지날 때쯤... 뒤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풀숲을 걷는 듯한 스윽... 스윽... 소리가 말입니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가까운 곳에서 들렸습니다. 스윽... 스윽... 더 빠르게...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발걸음을 서둘렀는데... 마치 그 소리는 저를 따라 오듯 더 빠르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스윽... 스윽...

결국 저는 너무 무서워져서 정신없이 달렸는데, 가로등 없이 어두운 시골이라, 뭔가 다리가 걸려서 풀숲으로 굴러 넘어졌습니다.

넘어질 때 무릎을 부딪쳤는지 무릎이 너무 아팠지만, 방금 전의 생각이 떠올라서 바로 일어났습니다만, 제가 넘어진 곳 근처에 누군가 쪼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기에, 저는 동네 아저씨께서 취하셨나 생각하고(동네가 작아서 동네 사람들을 다 알기 때문에) [아저씨 취하셨어요?] 라고 말을 건넸는데, 순간 돌아본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아저씨의 두 눈에는 눈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저씨가 중얼거리던 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날 데려가... 나 좀 데려가... 제발...]

저는 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무조건 앞으로 달렸습니다. 하지만 뒤에선 계속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눈이 없는 남자가 풀숲을 기어 다니면서 나 좀 데려가~! 나 좀 데려가! 라며 외치는 모습...

어느새 슈퍼에 도착했고, 저는 아버지께 너무 무서우니 빨리 오시라고 전화했습니다. 저의 놀란 목소리에 당황하셨는지, 아버지께선 차를 가지고 금세 오셨고 [왜 그러니?] 라고 걱정스럽게 물으시는 아버지께 한마디도 못한 채 할아버지 댁으로 왔습니다.

할아버지 댁에서 도착해서야 안심이 되었던지 저는 울음을 터뜨리며 가족들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는데,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쯧쯧... 그 녀석이 아직도 거기있구만. 그 녀석이 니 애비 친군데 부인 죽고 나서 거기서 농약 먹고 자살했지. 그런데 농약이 너무 쎄서 눈알이 다 빠졌단다]

지금은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시골에 안 간지 5년이 넘었습니다만, 지금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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