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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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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98 | 작성일 2020-09-26 06: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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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요즘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이라는 코너를 보면, 고시생활 몇 년에 창문이 있는 방을 얻었다고 좋아하는 고시생 캐릭터가 나오는데 문득 고시원에서 겪은 일이 생각납니다.

재수하던

시절, 저는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에 있는 고시원에서 지냈습니다. 고시원에 입실할 때 창문 있는 방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조금이나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창문이 없는 방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창문이 없는 방에서 지내다 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고 몸도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았고, 결국 한 달 만에 창문이 있는 방으로 옮겼습니다.

창문이 있는 방은 정말 좋았습니다. 창문 하나 있을 뿐인데 마음이 시원한 느낌 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방을 옮긴 첫날 밤이었습니다.

달빛마저 감도는 아름다운 밤. 달빛을 이불 삼아 침대에 누웠습니다. 방이 바뀌어서 그런지 밤이 잘 오지 않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창문이 있는 방이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계속 뭔가 아른거리는 게 느껴졌고, 살짝 눈을 뜨자 저는 침대에서 바로 얼어버렸습니다.

창 밖에 어떤 여자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말씀 드리지만 제가 있던 방은 3층이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창 밖에 어떤 여자가 공중에 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창 밖에서 목을 맨 것처럼.

이윽고 저는 고시원 총무실로 달려가서 총무한테 누가 창 밖에서 목을 매달았다고 이야기했고 119를 불러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하지만 총무와 함께 제 방으로 달려가자 창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완전 저만 바보 된 것입니다. 결국 그 날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 했습니다.

다음 날 밤. 저는 어제 있었던 일을 애써 잊으려 생각하며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쯤이었을까요? 문득 눈이 떠져 창을 바라보니 어제 그 여자가 있었습니다. 기분 탓인지 등을 돌리고 있던 그녀가 앞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총무실로 급히 달려갔지만 총무와 함께 오니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분 탓인지 총무가 절 또라이로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창 밖에 목을 맨 여자를 봤고, 결국 저는 일주일 만에 고시원을 옮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고시원을 옮긴 후엔 창문이 없는 방으로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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