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소리
대학 시절부터 신림동 반 지하에서 자취하다가, 몇 년 동안 열심히 저축을 하여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자 혼자 반 지하에 살면서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였는데, 이층이었지만 지하가 아니라는 점이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쁜 일도 잠시... 이사한 후로 잠을 잘 때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하고, 가위에 눌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가위에 눌리기 전엔 언제나 증상이 잇었는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 쉬기 힘들어지고는 온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기서 그쳤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방 한 구석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여자였습니다.
처음 보는 여자가 방 구석에서 절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전 가위에 눌려 온 몸을 꼼짝할 수 없는 상태로 그녀를 쳐다볼 수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계속 쳐다보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가위에도 점점 익숙해졌는데, 그 날 이후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컥 하고 막혔는데 그리고는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듯, 방 안에서 삭삭 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원래 벌레가 많았던 방이라 그리 신경 쓰지않고 가위에 눌린 채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저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제 방 벽지가 누군가 손톱으로 긁은 것처럼 찢겨져 있던 것입니다. 자면서 들은 소리는 벌레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벽을 긁고 있던 소리였습니다. 더 소름끼쳤던 사실은 벽지만 찢겨진 게 아니라, 천장까지 긁은 흔적이 있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