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막차 그 후
기묘한 일을 겪었지만 저는 직행버스를 계속 이용했습니다.
직행버스가 편하거니와 굉음을 듣는다고 저한테 해가 되는 일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가 오진 않았지만 비가 오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우중충한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수원역 직행버스 터미널에서 책을 읽으며 인천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침 도착한 버스에 책에서 고개를 들어 버스를 훑어보았습니다.
어라, 제가 늘 즐겨 앉는 자리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자리를 뺏겨서 아쉬워하며 버스에 올라탔는데
버스에 오르고 보니 아까 봤던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겼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자는 저와 (제 뒤에서 바로 타신) 어느 아주머니뿐.
아무리 살펴봐도 그 여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착각했구나. 저는 곧 여자에 대해 잊어버렸고
무사히(?) 버스는 종점인 인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종점에 도착하여 버스를 내리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았던 자리를 뒤돌아보다가
그만 당혹감에 헛바람을 들이켰습니다.
아까 버스 타기 전에 봤던 여자가 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자는 저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짓고 있었는데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
그 후 인천행 직행버스를 절대로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