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족의 비밀
저희 국어선생님께서 젊었을 적에 겪으신 일입니다.
국어선생님은 항상 성경을 끼고 다니실 정도로 독실한 기독자 신자이십니다. 하지만 남편과 시가족들은 무속신앙을 믿었는데, 남편은 그다지 심각하진 않았지만 시부모님들이 열성적으로 믿으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하려고 했을 때 시가족들의 반대가 거셌는데, 외아들인 남편이 지극정성으로 부모님을 설득했고 원래 몸이 편찮으시던 시아버님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셔서 허락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선생님께서 교회 다니시는 걸 시부모님께서 언짢아하셨고, 시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모두 주무시는 새벽에 새벽기도회에 몰래 다니셨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얼마 되었을 적, 그 날도 새벽에 일어나서 가족들 몰래 새벽기도회에 가려고 하셨답니다. 방문을 살짝 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시부모님 방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와 깜작 놀라 방문을 닫으셨다고 합니다. 물을 드시러 나오셨나 생각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며 다시 방문을 살짝 열었다가 선생님께서는 주저앉을 정도로 깜짝 놀라셨습니다.
시부모님 방은 닫혀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있었으니……. 그건 낡은 한복을 입고 머리는 상투를 튼 채 몸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을 뿜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습니다.
시부모님 방과의 거리는 꽤 있었는데 그 남자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틀림없어 보일 정도로 확연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얼른 방문을 닫고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 방문을 바라보며 기도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어느새 남자는 방문을 통과하여 선생님의 옆에 왔는데, 선생님는 보지도 않고 선생님 뒤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선생님 뒤에는 남편께서 주무시고 계셨는데, 선생님을 지나가지는 못하고 그 앞을 계속 맴돌았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무섭고 지쳐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남편을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 두려움을 느끼고 정말 평생에 더 할 나위 없을 정도로 열심히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점점 시간은 흐르고 새벽녘이 밝아오자 푸른빛이 나던 남자는 선생님을 째려보더니 방문을 그대로 통과했고, 성경구절을 외우시며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남자는 시부모님 방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워낙 미신을 잘 믿으시는 분들이라 방에 뭔가 안 좋은 물건이라도 받아오신 게 아닐까, 그걸 어떻게 처리하지, 이런 생각을 하시다가 너무 지쳐서 그만 잠이 들어버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야 선생님께서는 집안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있으셨답니다.
남편의 집안에서는 대대로 박수무당이 나왔었고, 시할아버님께서도 박수무당이셨답니다. 시아버님께서도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흔히들 말하는 '신들림' 현상을 겪었지만, 내림굿을 받지 않아 그대로 신병이 되어서 몇 십 년을 그렇게 끙끙 앓으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남자는 시아버지 되시는 분이 돌아가실 줄 알고 남편 몸으로 옮겨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