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오라토리아 9권 일부
검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뒷모습.
황금빛의 눈동자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그늘에 앉아서 어머니와 함께.
그 사람은 부끄러워서 제대로 단련하는 풍경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지만 어머니가 아이처럼 조르자 결국 언제나 처럼 녹았다. 처음에는 걱정된 듯한 얼굴의 아버지는 검을 뽑자 바로 몰두하고 있었고, 그 늠름한 옆모습에 어머니는 미소를, 나는 언제나처럼 볼을 붉히며 감상하고 있었다.
희미한 검신은 너무 빨라서 쫓지 못했다. 그러나 그 검술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은 나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하체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마치 지휘봉을 휘두르듯, 종횡 무진. 때로는 크게 발을 디디거나 돌아서고, 은색의 원호를 그렸다. 이 검의 조율은 눈을 감으면 언제라도 기억할 것이다.
그 사람의 검술을 보는 게 정말로 좋았다.
아버지의 검은 뭔가를 상처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가차 없이 피의 안개를 부르는 검의 빛을 두려움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검이다.
심지어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한 검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아버지는 자신의 자랑이 됐다. 동경조차도.
소녀가 꿈꾸던 『영웅』. 어머니가 사랑하는 검사.
이윽고 단련을 마친 아버지가 나무 그늘 아래에 돌아왔다.
표정을 허물고 맞이하자, 그는 미풍에 흔들리는 앞머리 밑에서 입술에 미소를 띄웠다.
『아이즈』
이름을 부르며 그는 검집에 담긴 검을 내밀었다.
눈을 부릅뜨고 주저한 후, 벌벌 떨면서 두 손으로 받았다.
손에 전해지는 묵직한 비중,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듯했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고 웃는다.
『아이즈』
배후의 목소리에 돌아보자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가 있었다.
마치 아버지를 본받도록 한 손을 들어 집게 손가락을 세우고 소리를 내며 뽑았다.
『─────』
그것이 소리를 낸 순간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바람이 감쌌다.
몸을 자극하는 모든 바람의 속삭임에 몸을 움직이며 후후 웃는다.
어머니는 활짝 웃으며 바람처럼 자신을 껴안았다.
『계속 함께있자』
나도, 이 사람도.
그녀의 그 말에 수긍하고. 웃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온기와 함께 행복하게 안겼다.
검이 기대고, 바람이 웃으며.
──그리고 지난날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느끼며 눈을 뜬다.
아이즈는 말 없이 몸을 일으켰고 침대 위에서 눈매를 쓱쓱 닦았다. 혼자 있는 방에서 모든 온기가 사라지며 꿈의 잔재가 싸늘한 현실을 불러온다.
어째서 지금.
이 꿈을 보여주는 건가.
아이즈는, 자신을, 기억을, 과거의 정경을 저주했다.
『한계』라는 벽 앞에 가로막혀서, 모든 것을 잊고 무작정 달릴 수 없는 지금 어째서?
"……"
창 밖은 꿈의 경치에서 탈피해서 회색의 조공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지금의 아이즈의 심상을 나타내듯.
잠시 바라보고 있던 아이즈는 침대에서 내려와서 바로 갈아입을 옷을 입었다.
방의 구석에 있던 거울이 비추던 것은 미소가 사라진 소녀의 옆모습이었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인형의 모습.
──모든 게 꿈이였다면 좋았을 텐데.
마음 속에서 소녀가 속삭이듯. 어둠 속에서 무릎을 안고 웅크린, 약한 소년(아이즈)가.
그 속삭임을 무시하고 아이즈는 검을 잡았다.
"……싸우지 않으면"
지난날의 광경은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리고 며칠, 초조한 날이 계속됐다.
던전에 들어가서 평소보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더 많은 몬스터를 잡아도 벽은 넘을 수 없었다. 능력이 멈춘 시간이 이어진다. 숨 쉴 틈도 없이 싸우던 아이즈에게 같이 있던 리베리아 일행들이 꾸짖고, 여러 차례 친절하게 "침착해"라고 타일렀다. 그녀들은 이때부터 다른 하급단원과 아이즈를 조합해서 파티에서 미궁을 공략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자신의 폭주를 막기 위한 『족쇄』라고 억측한 아이즈는 더 불안정한 정서에 시달렸다.
아이즈는 불꽃이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다.
가슴 속에 맺힌 검은 불꽃이 한들거리는 소리를.
강해지지 않으면 안 돼, 좀 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식은 땀이 멈추지 않았다. 심장이 떨린다. 앞을 가로막은 벽 앞에서, 그 자리에서 목표를 잃어버리면 자신은 이대로 그냥 미아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발을 멈추는 순간에 나타나는 것은 차가운 『고독감』이다.
어둠 속에서 웅크린 고독한 감각. 소중한 사람들에게 홀대 받는 현실을 알게 되고, 세계에 버림받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맛본 충격과 적막한 충동. 비원을 추구하며 전의로 속이고 있던 비통한 감각이 작은 몸을 붙잡고 있었다. 리베리아 일행들이 잊게 했던 일이 지금의 아이즈를 꽉 붙잡았다.
뭔가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 손으로 길을 여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이즈는 도움 따위는 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자신의 앞에 『영웅』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필요하다면 이 끔찍한 검은 불꽃이라도 태운다. 감정이 사라질만큼 울던 그날로 역행할 수는 없다.
아이즈는 몸부림쳤다. 결별한 『약한 소녀(아이즈)』를 허용하지 않도록.
몬스터의 피를 받은 애검은 아이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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