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라헬의 우울 04
탑의 2층, 시험 '잠어몰이'까지 며칠전.
어둡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 홀로 갇혀있는 꿈.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은 족쇄가 되어 내 몸을 갉아먹는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을 때쯤에 꿈에서 깨어난다. 꿈을 꾸는 날에는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꿈은 갈수록 자주 나타났고 그렇게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하루하루가 우울의 연속이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어둠을 밝혀줄 별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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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
"응. 왜. 밤?"
"저… 그… 무슨 일 있어?"
"아니. 없는데?"
"그래? 그럼 다행이다. 요즘 따라 라헬이 많이 우울해 보여서"
"…밤은 내가 우울한 거 같아?"
"그렇다는건 아니고… 웃음이 많이 준 거 같아서……"
순간 안에서 무언가가 욱하고 튀어나왔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어냈다.
"아니야 밤,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고마워."
밤은 환한 웃음을 띄며 나에게 뭐라고 말을 뱉어냈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적당히 대답을 해주고 피곤하다 말한 채 방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는 손님 한 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련씨"
"이제 며칠 뒤에 마지막 시험이 시작될 거야. 준비는 됐겠지?"
"…네. 물론."
"그래. 근데 왜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지?"
"아… 그냥 요즘 이유 없이 우울하네요. 더 답답한 건 우울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에요."
" '이유를 모르겠다' 라"
"저의 우울함을 없앨 해답을 알려주는 이가 있다면 좋겠어요."
"글쎄. 하지만 그건 너의 우울이잖아. 오직 너만이 그 해답을 알고 있는 거고."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진짜 내 모습을 모르겠는걸요."
"흐음── 이미 답은 나온 거 같은데?"
"그게 무슨──"
"애초에 네 진짜 모습을 거짓으로 덮지 말았어야지. 이젠 너마저도 어떤게 진짜고 거짓인지 구분하게 돼버렸잖아?"
" …… "
"애초에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그쪽이야. 우린 그 제안을 받아준 거고.
왜 지금에서야 겁나는 거야? 손을 더럽히는 게?"
"……아뇨. 이미 예전부터 더렵혀졌어요. 되돌릴 수 없어요.""그래. 그런 마음가짐이야."
말을 끝마친 화련씨는 그대로 내 방을 빠져나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젠장…"
마른 입술을 곱씹었다.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와 비릿한 맛을 냈지만, 그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또다시 혼자가 될 공허함과 두려움이었다.
별, 어서 빨리 별을 가져야 해.
그럼 이 어두컴컴한 세상도 밝아지겠지.
#IG ─ _ou_aei_
오랜만이에요.
요즘 제기분── ㅜ_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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