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여행 - 주희
무전여행
비의 이정표는 하늘이다.
하늘이 키워낸 구름은
저마다 이정표를 따라 흘러간다.
허허벌판에 서로 이름 모를
첫차이고 막차다.
어느 날 손님 한번 거하게 싣고 나면
무섭도록 덜커덕거리는 것이
궤도 속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온 힘 끌어내 써보는 모양이다.
마찰음 한 번 거세게 들리는 것이
방전되는 양이 보통이 아니다.
밤차는 어느덧 간이역에
도착한 모양인지
부어오른 눈두덩이 슬며시
매만지며 정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