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1
꿈 속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이 몽롱한 건지 눈이 제 기능을 하지 않아 사방이 뿌옇게 보였고, 목 밑으로의 감각이 확실하지 않았다. 마치 머리만 공중을 둥둥떠다니는 느낌. 하지만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두 팔과 다리는 모두 있어야할 곳에 있었다. 나는 팔을 움직여보았다. 역시 팔이 움직이는 감각은 없었지만, 팔은 좌우로 잘만 움직여졌다. 조금 안심했다.
여긴 어딜까. 갑작스런 의문이 들었다. 다시 사방을 둘러보면 붉고 밝은 빛이 주위를 소란스럽게 비추고 있었다. 축제라도 하는걸까.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신이 나보였고, 나조차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여기저기 나돌아다니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뭐랄까, 그 분위기에 한 번 휩쓸리면 다신 돌이킬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돌이킬 수 없다고? 무엇을? 자기 자신에게 마음 속으로 물어보았지만 나는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확실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여기가 어딘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에 오기 전의 기억도 확실하지 않았다. 이러다간 내 자신이 누구였다는 기억마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선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만약 여기가 꿈 속이라면, 한 순간 정도는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마음껏 꿈 속의 세계에서 신나게 놀아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이 꿈 속의 세계에서 벗어나면 나는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평소와 다름 없이 지루한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고 이런 꿈을 꿨다는 기억도 얼마 못 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여기가 꿈 속이라면, 나는 나 자신을 잊고 그저 이 축제같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 소용돌이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정신차려. 넌 누구지?"
갑자기 옆에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엔 키가 크고 멋진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하지만 시야가 흐릿하여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 미남이다. 여자의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네?"
"너는 누구야?"
남자는 내게 자기소개를 강요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정말로 절박하게 들렸고, 자세히 보니 남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약간 가쁘게 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약간 놀라며 나는 다시 남자의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너는 누구야? 나는….
"전 신유진이예요."
나는 신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21살의 여대생이다. 어렸을 때는 엄청나게 깊은 산골짜기 마을 속에 살고 있었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상경하게 되어 그런대로 충실한 학창생활을 보내고 올해 마침내 가고 싶었던 학교의 가고 싶었던 과에 합격해서 대학생이된 그런 사람이다.
"그래, 그렇구나. 신유진.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잊지마. 절대로 네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마. 이 세계에서 네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으면 그걸로 끝이니까, 그걸 절대로 잊어선 안 돼. 알겠지?"
"…아, 네."
"그럼 일단 한가지 알려줄 게 있는데, 너무 놀라진 말고 들어."
"…."
"넌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