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행복증명서 - 박얼서
사람들은 누구나 복(福)을 원하지만
기복(祈福)은 누군가에게 애원해야 한다는 게 마냥 싫고
축복(祝福)은 뭔가를 통한다는 게
괜스레 부담스럽다
인생살이 복(福) 중에서도
재복(財福)이라든지 수복(壽福)처럼
운명 같은 천복(天福) 보다는
열심히 복을 쌓아야 복을 얻을 수 있다는
발복(發福)을 늘 응원하는 편이다
'유복(有福)해 보이시네요'
'다복(多福)하시겠어요'
'만복(萬福)이 깃들기를'
이런 복언(福言)들을 남발하는 나는
다행 행(幸)
복 복(福) 만큼이나 고지식하여
풀밭에 엎드린 행운의 크로버 그 한 잎마저도
행여 밟힐까
마음을 졸이는 편이다
'다행이다'라는 낱말을 즐겨 쓰다 보니
'그래서 다행입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처럼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다행과는 늘 친숙하다
어찌 보면
세상을 살면서 다행이지 않은 건 없다
이미 엎질러져버린 물이기에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그냥 그대로 다행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번민과 갈등, 아픔과 고난 속에도
위로와 치유가 함께한다는 것
이 얼마나 큰 다행(多幸)인가
말하고 들어줄 이웃들이 있다는 것
이것 또한 큰 행운이로다
무능한 내 일생을 통틀어 봤을 때
나야말로 독일무이한 자격증 하나 갖고 산다
'나만의 행복증명서'
늘 다행처럼 솟구치는 행복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