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요람2 27화 일부
공격을 했다면 로니에는 상관없이 비오의를 날렸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지극히 간단한 동작으로 손을 들어 검은색 후드를 뒤로 젖혔을 뿐이었다. 호흡이 무너진 로니에는 칼끝을 살짝 끌었다.
거의 동시에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건 뜻밖의 손님이군. 아니……벡터신의 인도라고 말해야 할까"
그 낮고 녹슨 목소리는 친숙하게 들렸다. 옵시디아의 유괴범과 같이 픽픽하고 쉰 것 같은 목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후드를 들어올린 손의 움직임도 매끄러웠고 무엇보다 로니에는 남자의 얼굴을 본 기억이 있었다.
맹금류를 연상시키는 날카롭고 사나운 용모와 날카롭게 곤두세운 회색의 콧수염과 턱수염. 얼어버린 호수처럼 얇고 푸르게 물든 두 눈.
"……거, 거짓말……"
티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은 로니에도 똑같았다.
놀란갈스 북제국 제6대 황제 크루가 놀란갈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크루가 황제는 분명 1년 전 제성의 옥좌의 사이에서 분명 죽은 것이다.
로니에와 티제는 황제와 직접 검을 맞댔으며 틈은 크지만 일격 필살의 위력을 자랑하는 하이 노르키아식의 공격을 하다가 지쳤고, 일진일퇴의 공방이 5분 넘게 이어졌다. 늦게 달려온 듀솔버트가 신기 치염궁으로 지른 불의 화살로 황제의 오른발을 꿰뚫고 움직임이 멈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로니에와 티제가 동시에 비오의를 사용하여 황제의 오른쪽 옆구리와 왼쪽 가슴을 깊이 밀어붙였다.
그 상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황제의 사망은 듀솔버트도 확인했고 시신은 커시드럴로 옮겨진 뒤 다른 두 황제와 함께 화장에 들어갔다. 황제의 유해가 신성력의 알갱이 같이 공기에 녹아 사라지는 것을 로니에는 분명히 보았다.
그러니 크루가 황제가 살아 있을 리 없다.
그러나 눈앞의 검은색 로브의 남자는 크루가 황제 그 사람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머리가 저리는 듯 로니에는 움직이는 것도 하지도 못했다. 시야가 좁아지고 몸의 감각이 멀어진다. 남자의 무자비할 것 같은 얼음색의 눈동자만이 어디까지나 커졌다.
그런 반쯤 마비 상태에 빠지고 있었기에.
뒤에서 들린 극히 미약한 소리에 반응이 늦었다.
――발소리……기습……적!
단편적인 사고를 번뜩이며 로니에는 왼손을 황제의 얼굴을 한 남자에게 향한 채 재빨리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때에는 벌써 어느새 바로 가까이까지 다가온 새로운 검정색 로브의 남자가 크게 후방으로 물러서 서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왼손은 푸르고 부드러운 털에 싸인 어린 용의 목을 꽉 잡고 있었다.
"규우우웃!"
용이 가쁜 비명을 지르고
"시모사키!"
티제가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