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마하반야요한심경 1편
라그나로크 한복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흰 옷을 입은 노란 머리의 남자가 소리치고 있었다.
"헉... 허억... 마리아!! 바오로!! 어디 있어??"
남자의 목소리는 메아리칠 것도 남아있지 않은 폐허 더미 위에 울려퍼졌다.
남자는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 모두 당한건가..."
그때, 누군가가 남자를 향해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저 옷차림은... 프리스트... !!)
원래라면 프리스트를 단독으로 상대하는건 자살행위지만, 꼴을 보아하니 죽기 직전인 것 같다.
이길 수 있다.
"죽어라, 이단!!!"
노란머리의 사내는 권총 두 자루를 뽑아들고 이름없는 프리스트를 항해 난사했다.
프리스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마리아와 바오로의 복수다, 개자식아."
노란머리의 남자는 권총을 허리에 차며 돌아섰다.
쓰러진 프리스트가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지 못한채로.
"...!!"
눈부신 섬광이 남자의 주위를 태워버렸다.
"커...헉...!!!"
노란머리의 사내는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프리스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아...안 돼...이렇게 끝나다니..."
출혈이 너무 심하다.
"바오로가 있었다면... 이깟 상처는...쿨럭!! 쿨럭!!"
땅바닥에 엎어진 사내의 눈앞에 어떤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다.
라그나로크 시작 직전 바오로와 잡담하던 자신의 모습...
바로 어제 교황의 앞에 무릎꿇고 전쟁의 축복을 받던 자신의 모습...
한 달전 마리아가 해준 요리를 먹으며 동료들과 수다를 떨던 자신의 모습...
일 년 전 훈련을 받고있는 자신의 모습...
이미지 속의 사내의 모습은 점점 어려졌다.
그만큼 사내의 몸속의 피도 줄어들고 있었다.
(이게... 주마등이란 건가....젠장...!!! 이딴 식으로...)
사내의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이제 사내의 눈앞에 나타난 이미지 속의 자신은 갓난아기가 되어 있었다.
그 때, 사내의 눈 앞에 전혀 다른 이미지가 지나갔다.
"...?"
그 이미지에서 자신은 진한 갈색 피부의 우람한 남자와 함께 있었다.
(뭐야... 이 기억은...?)
꿈에서 본 사람일까? 아니면 전생의 기억일까?
그 정도로 희미한 기억이었다.
(대체 누구야 이 녀석은...)
계속 그 우람한 남자와 같이 있는 이미지 뿐이다.
게다가 점점 이상한 이미지가 나타나더니 급기야 자신이 그 남자와 xx하는 장면까지 지나났다.
(아니 이게 무슨...)
그때였다.
"어...?"
노란머리의 사내는 갑자기 어떤 기억을 떠올려냈다.
"어어어...?"
눈앞을 스쳐 지나가던 이미지가 드디어 끝났다.
"아아... 왜 지금까지...잊고 있었지??
소중한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으면 안 되는 사람!!!
여래.... 어디 있어??
여래...!! 여래ㅡㅡ!!!!"
분명 다 죽어가던 사내는 기적적으로 일어났다.
"여래... 대체 어디야... 왜 난 잊고 있었던 거야!!!!!"
사내는 온 힘을 다해 소리졌다.
그때, 사내의 머릿속에 또다시 무언가가 지나갔다.
"...달이다. 여래는 달 뒤편에 있어..!!!"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알 수 있다.
"기다려 여래..."
사내의 등에 빛나는 날개가 돋아났다.
"지금... 만나러 갈게...!!!"
사내의 몸은 엄청난 속도로 솟아올랐다.
사내는 공기저항을 무시하고, 중력을 뿌리치며 몇 분만에 달에 도착했다.
달 뒤편에는 거대한 두개골이 놓여 있었다.
"이게... 여래..??"
사내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찌된... 커헉!!!"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주 공간에는 산소가 없다. 달도 마찬가지다.
바티칸에서 받아온 축복으로 몇 분은 버텼지만 이제 한계다.
"여래... 그래도 마지막은 너와 함께 가는구나..."
사내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사내의 심장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모든것이 끝났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죽었을 터인 사내의 귀에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구나,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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