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달 착륙 하자면서 로켓엔진 개발 예산은 ‘싹둑’…스텝 꼬인 한국 우주개발
윤석열 대통령이 2032년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이를 실어나를 신형 발사체 관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삭감된 내년 정부 R&D 예산의 영향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 진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리한 R&D 예산 삭감으로 정부 스스로 천명한 미래 성장동력을 훼손시키는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 자료를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내년 항우연 연구운영비는 총 1001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1191억원보다 16% 감소한 수치다. 정부 R&D 예산 감소율과 비슷하다.
연구운영비란 항우연 전체 예산 가운데 정부가 항우연에 직접 주는 자금을 뜻한다. 당장 결과물이 안 나와도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써야 할 연구 비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항우연은 이 돈에 인공위성 등 다양한 연구 과제를 맡아 실물을 제작하는 대가로 받는 연간 약 5000억원을 합쳐 연구원을 운영한다.
항우연 연구운영비 자료를 보면 내년 R&D 부문에서 가장 감소 폭이 큰 항목은 ‘항공우주 핵심 선도기술 개발’로 나타났다. 104억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올해보다 21%(26억원) 줄어든 액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항공우주 핵심 선도기술 항목 안에 ‘액체엔진 고성능화 선행기술 연구’가 주요 목표로 설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액체엔진 고성능화는 ‘다단연소사이클 로켓엔진’을 개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단연소사이클 로켓엔진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장착된 ‘개방형 사이클 로켓엔진’보다 연소 효율이 10% 높다.
연소 효율이 높으면 같은 양의 연료를 써도 더 강한 힘이 나온다. 이 때문에 다단연소사이클 로켓엔진은 2032년 한국의 첫 번째 달 착륙선을 싣고 지구를 떠날 예정인 ‘차세대 발사체’에 장착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 달 착륙을 한국 우주개발의 핵심 목표로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한국의 경제 영토를 지구를 넘어 달과 화성으로 넓혀갈 것”이라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했다. 로드맵의 핵심 목표는 2032년 달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 광물을 채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달 착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운송수단인 차세대 발사체 관련 R&D 예산을 정부 스스로 줄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 관계자들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 큰 문제가 생기거나 사업의 본질 자체가 훼손될 상황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액체엔진 고성능화와 관련한 항우연 연구운영비와는 별도로 차세대 발사체 동체와 각종 부품을 생산·제작하기 위해 정부가 2032년까지 배정한 총 2조132억원의 예산이 줄어들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다.
하지만 국내 우주공학계의 한 연구자는 “R&D 예산은 관련 사업에 맞도록 배정 받기 때문에 ‘여유있게 받아 놓는다’는 개념이 없다”며 “차세대 발사체 이륙 시점인 2032년이 되려면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정부 R&D 예산 축소는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로 연구자도 “자원 개발 등 ‘우주경제’를 실현하려면 전에 없던 기술적인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돈과 노력을 들여 혁신 역량을 길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일한다면 계획을 말로만 세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달착륙 카르텔 압수수색 쾅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