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담쟁이 - 김승기
밤새 바람이 온 몸을 후려쳤는데
오늘은 또 눈비 오려나
시린 옹벽을 붙잡은 손이 떨린다
어서 내게로 오라 팔을 벌리며
하늘이 손끝에 있는데
이만한 아픔쯤 못 견디랴
벼랑 끝에 매달린
떨리는 손에 힘을 더해야지
하늘 끝 한 자락 움켜쥔 채로
이 겨울을 지내면
치렁치렁 날개옷을 달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데
야위어 가는 몸을 탓하랴
가벼워야 하늘을 가까이할 수 있는데
안간힘을 쓰는 내게
하늘이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