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鉛) - 김현승
나는 내가 항상 무겁다.
나같이 무거운 무게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무거워
나를 등에 지고 다닌다.
나는 나의 짐이다.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
밤이슬처럼 맺혀보아도,
눈물은 나를 떼어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
가장 맑고 아름다운
나의 시를 써보지만,
울리지 않는다 ---- 금과 은과 같이는,
나를 만지는 네 손도 무거울 것이다.
나를 때리는 네 주먹도
시원치는 않을 것이다.
나의 음성
나의 눈빛
내 기침소리마저도
나를 무겁게 한다.
내 속에는 아마도
납덩이가 들어 있나부다.
나는 납을 삼켰나부다.
나는 내 영혼인 줄 알고 그만 납을
삼켜버렸나부다.
-1969년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