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대를 어찌합니까 - 권옥희
이 꽃대를 어찌합니까
육자배기 가락도 흥건한
선운사 아래녘
은밀한 골짝은 때 만난 듯 활짝 열려 있고
친근한 사내들은 바지춤을 쓰다듬고
얼굴빛 바꾸잖고 나도 슬며시
도솔산 아랫도리를 훑었습니다
악착같이 타고 오르면
골짝 깊은 너를 차지할까
송두리째 너에게 나를 세울까
뿌리 솟는 송악나무도 보았습니다
연중 길일을 용케도 잡아
흐드러지는 꽃술에 타 먹은 꿈길
빠져들면 해 뜨는 곳이 보일 법한데
모태 안에 넘치는 이 꽃때를 어찌합니까
그래,
목탁이나 두드리나 봅니다
주승이든 행자승이든 뜻을 잃고
우물천장이 꺼져라
이 봄날의 욕망을 마구 분지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