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거(溪居) - 유종원
久爲簪組累 (구위잠조루) 오랜 동안 벼슬살이에 매어 살다가
幸此南夷謫 (행차남이적) 다행인지 남녘 땅에 귀양을 왔다네
閑依農圃隣 (한의농포린) 한가히 이웃 농가 거들며 살다보니
偶似山林客 (우사산림객) 뜻하지 않게 산림의 처사가 되었네
曉耕飜露草 (효경번로초) 새벽부터 이슬 젖은 풀을 갈아엎고
夜榜響溪石 (야방향계석) 밤이면 배를 저어 조약돌을 울리네
來往不逢人 (내왕불봉인) 오거나 가거나 마주칠 사람 없으니
長歌楚天碧 (장가초천벽) 긴 노래에 초나라의 하늘만 푸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