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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잡펜덕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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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962 | 작성일 2015-04-24 17: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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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작은 새는 날개를 펼쳐 구름 안 팎을 헤집는 듯 허공을 휘저었으나 그 짧은 죽지가 하늘에 닿을 리 만무했다.
입을 열어 하늘을 향해 이 작은 날개짓이 그녀에게 닿게 해달라 외쳐보았으나 하늘은 그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를 보고 싶어. 펄럭펄럭, 하늘의 눈에 마냥 작게 보였을 그 움직임은 그에게 있어선 전력의 몸부림이었다.
그는 고요히 떠다니는 구름결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진 태양의 빛길을 좇아 다시 날아올랐다.

빛길목에 피어오르던 구름은 그 자리에 고고히 떠선 잔뜩 거만한 태도로 닿을 수 있을리 없잖느냐 그를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쉴새없이 움직이는 날개 죽지의 끝은 그런 구름을 되려 조롱하듯 묵직하게 바람을 갈랐다.
흔들리는 깃털 사이로 지나가던 찬 바람들은 그 작은 몸으로 저들을 물러내는 강한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그의 몸을 받쳐 올렸다.
바람들의 몸은 그에게 갈라져 다소 거칠게, 하지만 상처 입지 않게 그에게 고개를 숙여 올린다.
그는 바람의 도움을 받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날카로운 빛길을 날았다. 가만히 떠 그를 비아냥대기만 했던 구름이 고개를 쳐 들었다.

으르렁, 심기가 불편한 듯 시끄럽게 울었다.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냐, 작은 몸에 둘러진 그를 향한 경외심은 반발을 야기했다.
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르륵, 그륵. 구름은 그런 그가 무서워 몇번 목을 긁어 울었다. 웃기지마, 구름이 어둡게 그늘을 드리웠다.
저러다 정말로 닿아버리는 건 아닐까, 그럴 수 없다는 건 바람도 알고 있었으나 그의 의지는 확고히 빛 끝의 태양을. 하늘을 좇고 있었다.

콰앙! 구름이 제 몸을 눌러오는 새의 강렬한 목표의식에 대한 큰 두려움에 어두운 빛을 내리꽂았다.
순간 그의 몸이 어두운 빛과 함께 번쩍 튀어 올랐다. 아악, 새의 몸을 받쳐 들고 있던 바람이 몸을 크게 떨며 비명을 질렀다.
아차, 구름은 일순 자각없이 그를 향했던 두려움을 삼키었다. 구름의 두려움에 삼켜진 작은 몸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내 구름은 바람이 자신을 나무랄까 본인이 저지른 과오를 깨달을 시간도 없이 몸을 떨었다.

하지만 바람은 구름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검게 물든 그의 몸이 허공에서 균형을 잃어 잡을 틈 없이 흐트러질 뿐.
안돼요, 그녀를 보겠다면서요. 어느새 새에게 경의를 넘은 감정을 담은 바람이 안타깝게 그의 몸을 쓸어올렸다.
힘있지만 배려심 있게 자신과 함께 빛길을 헤쳐가던 그의 몸은 뜨거울 정도로 본인을 가르며 추락해간다.
안돼요, 안돼. 바람은 일순 자신을 덮쳤던 어둠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게 가라앉는 그의 몸을 느끼며 잡아보려 애썼다.
바람의 커다란 손길이 새를 받치는 듯 하였으나 그의 몸은 손가락 사이로 계속 흘러내린다.

투욱, 힘없이 스러져내린 그의 몸을 땅이 받쳤을 땐 이미 그의 모든 것이 부서져내려 그녀를 향한 마음만이 뜨겁게 남아있었다.
바람과 구름은 그를 내려다 보았다. 땅은 과묵히 그를 안고 눈을 감았다.
아아아. 바람은 땅의 파르르 떨리는 모래꺼풀을 보며 짧은 시간 함께한 그를 위해 울었다.
곧 애처로이 우는 바람을 보고 있던 구름도 뒤늦게 울음을 터뜨려 내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먹처럼 깊게 드리운 두려움의 덩어리가 씻겨내려가게, 구름은 그를 안은 땅의 위로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던 하늘은 드디어 본인을 향해, 그녀를 향해, 빛길을 내달려온 그를 그녀의 가슴팍에 밀어 넣곤 웃었다.
어서와. 아래에선 새에게 마냥 얄밉기만하던 하늘의 웃음은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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