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꽃 - 염민숙
당신을 기다리던 정거장에서
등잔 닮은 모과 꽃을 보았어요
밤길에 바라보던 시골집 봉창은
얼마나 환하고 반가웠는지
그 밤 모과 꽃을 바라보며
열매 몇을 얻으려고 우리 생애도
수많은 꽃을 피워야 함을 배웠어요
꽃 하나에 햇살, 꽃 하나에 바람,
흔들림과 떨어짐을,
인정과 질시 속에서도
꽃을 피워야만 열매가 있다는 것을,
당신은 허비되는 꿈이 좌절이라지만
피어난 꽃은 이미 꽃이기에 허실이
아님을, 불 밝힌 모과 꽃을 보며
다시 한 번 기도합니다
서리 맞으며 꽃에도 없던 향기 머금고
금빛으로 여무는 열매를 키워보라고,
그런 열매 맺으려고 꽃 피울 때마다
세상 어떤 사람의 등불이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