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는 폐허에서 - 김해강
어제까지 나리든 봄비는 지리하던 밤과 같이
새벽바람에 고요히 깃을 걷는다
산기슭엔 아즈랑이 떠돌고 축축하게 젖은 땅우엔 샘이 돋건만
발자취 어지러운 옛 뒤안은 어이도 이리 쓸쓸하여……
볕 엷은 양지쪽에
쪼그리고 앉어
깨어진 새검파리*로 성을 쌓고 노는
두셋의 어린 아이
무너진 성터로 새어가는
한떨기 바람에
한숨지고 섯는 늙은이의
흰 수염은 날린다
이 폐허에도 봄은 또다시 찾어 왔건만
불어가는 바람에
뜻을 실어 보낼 것인가
오- 두근거리는 나의 가슴이여!
솟는 눈물이여!
그러나 나는
새벽바람에 달음질치는
동무를 보았나니
철벽을 깨트리고
새 빛을 실어오기까지
오― 그 걸음이 튼튼하기만 비노라 이 가슴을 바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