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유한(癩婚有恨) - 한하운
癩婚有恨
한 하 운
흙이 있다. 하늘의 구름과 푸른 지평은
넓기만 한데
문둥이가 살 지적도는 없어
버림받은 사내와 버림받은 계집이
헌 신짝에 짝을 맞추는 것이
어쩌면 울고 싶은 울고 싶은
하늘이 마련한 뼈아픈 경사냐
신부는
오늘만이라도 성냥개비로 눈썹을 그리고
인조 면사포에 웨딩 마아치는 들리지 않으나
5색 색지가, 색지가 눈같이 퍼붓는데
곱게 곱게 다가서라
진정 그와 그만의 짐승들만이
통할 수 있는 인정이 사무쳐
양호박 울둑불둑 얼굴이 이쁘장해
연지바른 신부, 너 모나리자여
서식(棲息)의 허가(許可) 없는 지대(地帶)에서
생명(生命)의 본연(本然)이 터지는 사랑을 허락하니
하늘이 웃어도 할 수는 없어
애당초 족보가 슬퍼함을 두렵지도 않고
오늘은 이 세상에 왔다가
내일은 저 새상에 간다고 하니
오, 문둥이의 결혼이여
분홍빛 치마폭으로 신랑방 문을 가려라
어서 어서 태양 앞에 새롭게 다가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