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 박남수 시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靑銅)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 감상 : 박남수의 후기시로서 종소리를 의인화하여 자유를 향한 날개짓을 남성적,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관념을 최대한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대신 참신하고 낯선 심상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