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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에리리 | L:60/A:454
2,542/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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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16 | 작성일 2019-09-08 0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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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북국(北國)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등켜 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 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장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北塞)*로 가는 이사꾼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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