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 박연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본다
낯설게 자란 여자가
머리를 기르고, 외출복을 입었다
치열하게 생각하는 이마가 흐르고 있다
나는 저 여자, 꿈틀거리는,
달리면서 괴로워하는 눈을 볼 수가 없다
아물지 않은 오만함을 손에 쥐고
이제 곧, 우습게 늙어갈 저 여자
하품처럼 피어나는 슬픔에, 분을 바르고
이쪽을 바라보는
나는 안다
빨갛게 익어서 곧 터질 것 같은 토마토의 비밀에 대해
너무 익어서 몸에 잡히는 주름에 대해
주르륵, 비어져나오는 비명에 대해
시커멓게 꼬부라진 꼭지의 부끄럼에 대해
알고 있으므로
조용한 숲에 들어가 엉덩이 까고
알 낳고 싶다
오래오래 하늘 보며 그 알, 품고 싶다
창밖엔 이른 봄을 찌르는 목련나무들
애기 고추만하게 돋아난 저 몽우리들
스물일곱 처녀의 허기진 뱃속에서 피어나는
조그만 슬─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