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 여상현
슬픈 역사가
오수에 잠긴 고궁
홰를 치며 우는
닭의 울음이 어데서 들릴 것만 같다
하늘을 쏘는 분수
지열과 함께 맹렬히 뿜는 의분이런가
장(墻) 넘어 불타는 아스팔트 거리에는
생활이 낙엽처럼 구르고 ――
텅 비인 정원엔 성조기 하나
'공위(共委)'* 휴회후, 원정(園丁)*은 때때로 먼 허공만 바라볼 뿐
비둘기 깃드는 추녀 끝엔 풍경이 떨고
꼬리치며 모였던 금붕어떼 금새 흩어진다
노상 속임수 많은 여름 구름은
무슨 재주를 필듯이 머뭇머뭇 지나가는데
내 마음의 분수도 사뭇 솟구치려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