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감상 : 남달리 좋아 했던 모란을 소재로 하여 이 지상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의 짧음과 그로 인한 비애를 다루고 있다. 이 시에서 ‘모란’은 여러 가지 꽃 중의 하나이면서 지상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