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김수영 시
눈 : 김수영 시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 감상 : 김수영의 <눈>이라는 제목의 시는 세 편이다. 이 시는 그 중 첫 번째의 것이며, 그후 1961년 민중의 상징체로서 <눈>, 1966년 폐허에 내리는 <눈>을 썼다. 선명한 대조의 기법을 통해 순수한 삶에 대한 소망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