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 윤동주 시
간(肝) : 윤동주 시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
코카사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
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
거북이야 !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푸로메테우스 //
* 감상 : 이질적인 동서양의 설화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즉 구토설화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결합하고 있다. ( 윤동주의 다른 작품 대부분이 자아 성찰적이고 고백적인 어조로 되어 있어 소극적인 저항 의식을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시는 소극적인 현실 대응 방식에 대한 자책과 울분을 격정적인 어조로 표현하고 있어 다른 작품과 구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