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여상현
봄날
- 여상현
논두렁가로 바스락 바스락 땅강아지 기어나고
아침 망웃 뭉게뭉게 김이 서리다
꼬추잠자리 저자를 선* 황토물 연못가엔
약에 쓴다고 비단개구리 잡는 꼬마둥이 녀석들이 움성거렸다
바구니 낀 계집애들은 푸른 보리밭 고랑으로 기어들고
까투리는 쟁끼* 꼬리를 물고 산기슭을 내리는구나
꿀벌떼 노오란 장다리* 밭에서 잉잉거리고
동구밖 지름길론 갈모*를 달아맨 괴나리봇짐*이 하나 떠나간다
성황당 돌무데기 우거진 찔레엔
사철 하얀 종이쪽이 나풀거리더니 꽃이 피었네
느티나무 아래 빨간 자전거 하나
자는 듯 고요한 마을에 무슨 소식이 왔다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