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도 - (수석열전) - 박두진
바람과 구름이 구름과 강물이
강물과 바다가 꼬리 물고 있다.
바다가 햇살을 달빛이 번개를 노을이 강바람을 꼬리 물고 있다.
언덕과 산악, 사막과 도시, 궁전과 움막들이
있는 것은 무너지고
무너진 것들은 흘러가고 있다.
아우성과 침묵이, 영화와 몰락이
횡포한 자와 비겁한 자,
빼앗는 자와 빼앗긴 자,
말하고 싶은 자와 말하지 못하게 하는 자,
아부하는 자와 바로 말하는 자,
파계자와 성도자가
천 년씩 천 번을, 만 년씩 만 번도 더
무너지며 일어서며 영겁 속에 사그러져
흙이 되고 물이 되고 바람이 되어 흐르고 있다.
노여움도, 자랑도, 오만도, 겸손도
사랑도, 미움도
아름다움과 추,
지혜와 어리석음,
쫓던 자와 쫓기던 자,
죽이던 자와 죽던 자,
총칼도, 보습도
비밀 암호도, 경서도
짐승의 뼈도, 사람의 뼈도 한데 묻혀 있다.
난 것은 모두 죽고, 죽은 것에서 다시 나,
소용돌이 소용돌이
저절로의 흐름,
침묵에서 침묵으로의 영원한 있음,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모두 거기 있고 없는
해와 달, 하늘 땅이 꼬리 이어 도는
천의, 억의 영겁 천지 바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