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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 박 철
크리스 | L:57/A:444
821/3,430
LV171 | Exp.23%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148 | 작성일 2019-11-07 07: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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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 박 철

상추

- 박 철

 

베란다에 흙 한 삽을 가져다 뿌려놓고

상추씨 몇 알을 얻어다 뿌려놓고

세상이 다 파랗게 되기를 기다린다

물 한잔 따라주고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아직 싹 트지 못한 힘겨움이

무럭8무럭 자라나 호박넝쿨로 우거지길 기다린다

여름이면 탐스럽고 노란 참외가 열리고

가을이면 붉은 감이 열려라

겨울이면 마른 줄기 걷어다

맛있게 생선조림이라도 해먹기를 기다린다

비오는 날 바보처럼 먼 곳을 보며

기다리고 기다린다

싹이 트고 잎이 나고 한잎 한잎 따다가

흰쌀밥 담아 쑤셔넣으며 부질없이

기다려온 온갖 그리움도 깊이 쑤셔넣는다

맞다 그래봐야 이 모양이지

그러나 생각하면 기다림이란

얼마나 풋풋한가 상추의 진면목인가

누군가 내게 한 그릇의 사랑을 뿌려놓고

몇 알갱이의 정분을 심어놓고

세상 우리 것이 되기를 기다리겠는가

이만큼이나 기다리고 기다리겠는가

오늘도 해가 지기 전 한줌의 흙을 떠다

마음 깊이 상추씨를 뿌릴 일이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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